[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6·27 대출 규제를 발표한 이후 조만간 주택 공급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가 기존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가능성을 높이 보면서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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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토부·서울시·경기도,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
31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당정은 6·27 대출 규제 이후 주택 공급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도권 내 유휴부지 개발 속도를 높여 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9일 인사청문회에서 “새로운 신도시 보단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 공공시설 등을 활용해 역세권 등 우수 입지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도권 주요 유휴부지로는 서울 노원 태릉CC(1만 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서초 국립외교원(600가구)·서울지방조달청(1000가구)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곳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해당 유휴부지에 개발 계획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예컨대 태릉CC의 경우 1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주민 반대로 공급 규모가 6800가구로 축소됐고 사업도 지연된 바 있다.
유휴부지 개발이 저항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지역 그린벨트는 총 149㎢으로 전체 면적의 24.6%에 달한다. 넓고 연속된 공간이 많아 단기간에 수만 가구 공급이 가능한 규모 있는 택지 확보가 가능하다. 게다가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저밀·비거주 지역이라 주민 저항이 적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공이 토지 조성에 관여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등 공공성이 높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윤석열 정부 당시 8·8 부동산 대책으로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2만가구를 포함해 고양 대곡역세권(9400가구), 의왕 오전왕곡(1만4000가구), 의정부 용현지구(7000가구) 등 총 5만 가구 규모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국토교통부는 올해 상반기 3만 가구 규모의 추가 그린벨트 해제 구역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다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새 정부가 들어서며 추가 그린벨트 해제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수도권 주택 문제는 수도권 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집이 부족하니 그린벨트를 해제해서라도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목마르다고 소금물을 마시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보다는 유휴부지를 활용한 공급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이에 반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유추할 수 있는 여당 관계자의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7일 “정부가 신도시 등 공공 택지를 조성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공공 택지 조성을 진행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 5년 이내 공급할 수 있는 토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해제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4기 신도시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당분간은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 전략 산업과 같은 산업 먹거리 목적의 그린벨트 해제는 긍정적이지만 주택 공급을 위한 서울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아직 훼손되지 않는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해야하는 만큼 해제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 뭐라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조만간 발표될 대책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