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롱하게 빛나는 오로라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북극이나 깊은 산 중에서나 볼법한 장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펼쳐지고 있다. 빛으로 직조한 예술 행사 ‘서울라이트 DDP 2025 여름’이 지난달 31일을 시작으로 8월 1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10일간 시민과 만난다.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진행된다.
서울라이트 DDP 행사는 2019년부터 매년 봄과 가을에 서울 도심을 환하게 밝혔다. DDP 일대에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레드닷, IDEA(International Design Excellence Award), IF 디자인 어워드 등 국제 디자인 어워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은 물론, 지난해 가을 겨울 행사 기준 관람객 138만 명을 돌파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올해 처음으로 여름 시즌에도 야경 축제를 선보인다.
이번 미디어아트의 주제는 ‘TIMESCAPE: 빛의 결’이다. 서울 한양도성과 이간수문이라는 역사적 장소를 배경으로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 깃든 감정을 물 위에 비치는 빛의 결로 풀어낸다. 기존에 DDP 건물의 비정형 외벽을 중심으로 펼쳐지던 미디어파사드 형식에서 발전해 DDP 내 공원 등지와 서울성곽까지 공연 무대를 확장했다.
과거 성 안의 물을 밖으로 흘려보내던 이간수문에는 푸른 빛이 폭포처럼 흘러내린다. 한양 성곽을 따라 빛의 물결을 표현한 ‘Fluid Memory’ 작품이 다양한 장면으로 전환되며 몰입형 공감각 체험을 선사한다. 이와 어우러진 180개 물방울 형태의 LED 조형물 ‘Light Drops’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해 포토제닉한 모습을 연출한다.
여름 시즌을 맞아 DDP 공원부에 새롭게 조성된 수변 공간에서는 ‘물’을 매개로 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 중 하이라이트는 레이저 아트인 ‘Beam Trace’. 마치 아이슬란드에서나 볼법한 오로라가 환상적인 모멘트를 만들어낸다. 일반 수증기가 아니라 기름 성분이 함유된 특수한 안개를 분사해 가능한 장면이다. 이국적인 풍경이 성곽과 잔디밭 위로 교차하며 도시형 미디어아트의 스케일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수(水) 공간을 따라 피어오르는 안개와 이를 가로지르는 가든 레이저 ‘Rhythm in Fog’ 역시 한여름 밤을 몽환적으로 물들인다. 이 밖에 지난해 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을 바탕으로 조성한 수변 공간에서는 바닥분수, 안개분사 캐스케이딩 등 다양한 수경 요소가 재미를 더해 줄 예정이다.
오는 9월부터는 아시아 최초로 개최되는 ‘디자인 마이애미’와 연계해 ‘서울라이트 DDP 가을’이 이어질 예정이다. 차강희 서울디자인재단 대표는 “서울라이트 DDP는 도시 자체를 감각의 무대로 전환하는 예술적 실험이자 빛과 사람, 공간이 함께 완성하는 공공 미디어 콘텐츠”라며 “서울 성곽이라는 역사적 지형과 DDP의 현대적 건축미가 결합된 구성은 도시와 예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 및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강은영 기자 qboomboo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