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조업 패권 가를 휴머노이드

5 days ago 3

[데스크 칼럼] 제조업 패권 가를 휴머노이드

인간의 손은 몸 전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이다. 한 손을 구성하는 뼈만 27개, 양손을 합치면 총 54개로 성인 몸을 이루는 뼈 206개 중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네 손가락과 각각 맞닿을 수 있는 인간 특유의 손 구조는 도구를 강하게 쥐고, 섬세한 작업을 해낼 수 있게 한 진화의 결정체다. 손가락 끝 감촉만으로 물체의 모양과 질감을 파악해내는 신경망은 공학 이론으론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롭다.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 탐사선을 보내는 지금까지도 인간 손의 메커니즘을 100% 완벽하게 모방한 인공 기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 손의 비밀 푼 로봇

로봇공학계에서 인간 손의 복제를 ‘마지막 퍼즐’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처럼 마라톤 경기를 뛰는 휴머노이드는 이미 등장했지만, 손의 정밀·정교한 움직임을 구현한 사례는 드물다. 인간 손의 복잡성을 재현하는 기술은 기계공학을 넘어 재료, 감각, 운동 제어,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해야 가능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주 테슬라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옵티머스(Optimus)’의 시연 영상은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옵티머스는 쓰레기통 뚜껑을 열어 봉투를 교체하고, 빗자루로 바닥을 쓸고, 주걱으로 냄비 안을 휘젓는다. 키친타월 낱장을 손으로 뜯어내고,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는 일을 자연스럽게 수행했다. 불과 6개월 전 상대방이 던진 캐치볼을 한 손으로 잡아내던 모습에서 몇 단계 더 진화한 것이다. 휴머노이드 손동작이 이제 인간의 실생활에서 요구되는 섬세한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옵티머스의 로봇손은 ‘자유도(DOF·degree of freedom)’ 22단계를 달성했다. 27단계인 인간의 손에 근접해 가고 있다.

성큼 다가온 '옵티머스 모멘트'

미래학자들은 휴머노이드 손의 발전을 단순한 기술 진보로만 보지 않는다. 인간의 손이 문명을 만든 도구가 됐듯이 로봇의 손은 무한 혁신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계에선 5년 내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부분적인 작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누가 먼저 로봇 손기술을 정교하게 고도화하느냐에 따라 향후 제조업 지형 전체가 재편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말까지 옵티머스를 수천 대 생산하고, 4년 내 최대 10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가격을 2만달러 이하로 낮춰 사람을 고용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계획이 실현되면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 물류, 가정 내 노동에 이르기까지 로봇이 인간의 손을 대체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휴머노이드를 생산하는 영화 같은 장면이 현실이 된다는 얘기다.

‘아이폰 모멘트’ ‘챗GPT 모멘트’에 이어 ‘휴머노이드 모멘트’가 성큼 다가왔다는 분석이다. 기술의 전환점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휴머노이드의 진화는 결국 AI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AI 전략과 연계한 휴머노이드 육성책이 시급하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다. 휴머노이드 모멘트에서마저 뒤처지면 K제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