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신있게 제 공 믿고 던질 것”→1이닝 1K 무실점…자신의 다짐 지킨 NC 김녹원 [MK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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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신있게 제 공을 믿고 던질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의 더블헤더 1~2차전이 열리기 전 만났던 김녹원(NC 다이노스)의 말이었다. 이후 그는 몇 시간 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NC 승리에 힘을 보탰다.

무등중, 광주제일고 출신 김녹원은 2022년 2차 3라운드 전체 30번으로 NC에 지명된 우완투수다. 퓨처스(2군)리그 통산 36경기(120.2이닝)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03을 써냈으며, 올해 나선 6경기(25이닝)에서는 1승 3패 평균자책점 6.12를 마크했다.

11일 만났던 김녹원.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11일 만났던 김녹원. 사진(잠실 서울)=이한주 기자

김녹원이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NC 제공

김녹원이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NC 제공

이런 김녹원에게 지난 4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됐다.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꿈에 그리던 1군 데뷔전을 가진 까닭이다.

당시 그는 3회말까지 두 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만 내주며 순항했다. 다만 아쉽게 고비를 넘지는 못했다. 4회말 나승엽의 중전 안타와 윤동희의 볼넷, 전준우의 중전 안타로 무사 만루와 마주했다. 이후 유강남에게도 볼넷을 범하며 밀어내기로 첫 실점을 떠안았다. 그러자 NC는 김시훈으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김시훈이 승계 주자 모두에게 홈을 내주며 김녹원의 데뷔전 최종 성적은 3이닝 4피안타 3사사구 4실점이 됐다.

11일 만난 김녹원은 데뷔전을 돌아보며 “최대한 안 들뜨려 노력했다. 호흡을 차분하게 가져간다 해도 평소보다는 안 차분하기 때문에 더 신중하게 제 호흡을 하려 했다. 공 하나에 집중했다”면서 “첫 타자 초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몸 풀 때부터 타자가 있다 생각하고 준비했다. 사실 불펜에서 몸 풀 때 공이 스트라이크 존에 안 들어갔다. 평소보다 공이 떠서 더 집중하고 낮게 던져야겠다 생각했다. 첫 타자 상대할 때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들어가면서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4회말 스스로 흔들렸다. 사사구도 나오고 그러면서 힘들게 갔다. 그 부분이 제일 아쉬웠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았다 했는데, 저 스스로는 매우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비록 다소 아쉽게 경기를 마쳐야 했지만, 분명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투구였다. 무엇보다 씩씩하게 공을 뿌리며 젊은 선수의 패기도 보여줬다.

김녹원이 4일 부산 롯데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NC 제공

김녹원이 4일 부산 롯데전에서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NC 제공

김녹원이 4일 부산 롯데전에서 NC 선수들에게 격려 받고 있다. 사진=NC 제공

김녹원이 4일 부산 롯데전에서 NC 선수들에게 격려 받고 있다. 사진=NC 제공

그는 “이용훈 코치님께서 지금 같이만 하라 하셨다. 경기 운영이 되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라 하셨다. 쉴 때 편히 쉬고 마운드에서는 집중하라 하셨다. 선배님들도 다 나이스 볼이라 하셨다. 더그아웃 들어올 때마다 공 좋다고 반갑게 환영해 주셨다”고 씩 웃었다.

그러면서 “가족과 더불어 잊고 있었던 친구들이나 군대 선·후임들, 간부님들이 다 연락왔다. 부모님은 원래 못 오신다 하셨는데, 오셔서 경기 보시고 매우 좋아하셨다. 시합 끝나고 버스 앞에서 어머니 만났는데 우시더라. 와 주셔서 고맙다고 말씀드렸다”며 “(부모님께)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 아들이지만, 마음 속으로는 항상 감사히 생각한다. 제일 사랑하는 분들이다. 이렇게라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전했다.

군 생활은 김녹원에게 큰 전환점이 됐다. 김녹원은 2023년~2024년 제203신속대응여단에서 군 복무를 했다. 해당 부대는 육군의 특수 임무 부대. 바쁜 생활이 계속됐지만, 그는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구속 상승’이라는 결과물과 마주할 수 있었다.

군 생활 동안 틈틈히 훈련하며 구속을 끌어올린 김녹원. 사진=NC 제공

군 생활 동안 틈틈히 훈련하며 구속을 끌어올린 김녹원. 사진=NC 제공

김녹원은 “스피드가 안 나와 군대에 있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저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몸에 힘을 기르고, 유연성도 안 떨어지게끔 스트레칭을 자주 했다. 순발력 운동도 많이 했다”며 “(군 생활 동안) 헬기도 타보고 많은 경험을 했다. 그러면서도 틈틈히 개인 정비 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에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김진영 도슨트 베이스볼 대표의 도움도 있었다.

김녹원은 “부대가 대전과 가까웠다. (김)진영이 형에게 외출, 외박 나왔을 때 운동 하고 싶다 하니 언제든지 편하게 와서 하라 하셨다. 돈도 안 받으셨다. 매우 감사했다. 그때 체계적인 훈련을 했던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끝으로 그는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에 도움이 되다 보면 개인적인 성적도 따라올 거라 생각한다.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다음에 출전할 때는) 첫 등판에서 했던 실수를 안 할 것이다. 더 자신있게 제 공을 믿고 던질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 출격한 김녹원. 사진=NC 제공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 출격한 김녹원. 사진=NC 제공

그리고 김녹원이 이 약속을 지키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난 뒤 두산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 출격한 것. NC가 5-2로 앞서던 6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김재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후속타자 양석환에게는 우전 안타를 맞았지만, 강승호(중견수 플라이), 오명진(2루수 플라이)을 차례로 잡아냈다.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히 해낸 것. 데뷔 첫 홀드도 따라왔다.

해당 경기에서 김녹원의 공을 받은 베테랑 포수 박세혁은 “오늘 김녹원에게 너무 고마웠다. 어린 투수인데 주눅들지 않고 잠실야구장에서 씩씩하게 던졌다. 계속 고맙다 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만 야구 선수에게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라며 “그런 한 마디에 (김녹원이) 조금 더 힘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과연 김녹원은 앞으로도 당당히 공을 던지며 NC에 힘을 보탤 수 있을까.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서 박세혁(오른쪽)이 김녹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NC 제공

11일 두산 더블헤더 2차전에서 박세혁(오른쪽)이 김녹원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NC 제공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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