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지난해 김효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무기력한 시즌을 보냈다. 18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은 3차례 뿐이었고,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하는 CME 포인트는 59위에 그쳤다. 한창 슬럼프를 겪던 2017~18년 이후 다시 찾아온 부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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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왼쪽)와 심서연이 11일 경기 고양시의 뉴코리아CC에서 끝난 LET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우승 기자회견에서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대회조직위 제공) |
올해는 다른 사람이 됐다. 지난 3월 포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했고 지난달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에서는 연장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했다. 이어 지난 11일 끝난 레이디스유러피언투어(LET)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올해 2승째를 거뒀다.
이 같은 상승세의 비결 중 하나로 김효주는 자신의 매니저 심서연을 꼽았다. 심서연은 여자 축구대표팀 간판 수비수였다. 2008년부터 17년간 태극마크를 놓치지 않았고 A매치 92경기에 출전했다. 심서연은 지난해 말 은퇴후 김효주의 미국 생활 전담 매니저를 맡고 있다. 나이는 심서연(1989년생)이 김효주(1995년생)보다 6살 많다.
접점이 없을 것 같은 골프와 축구 선수를 이어준 건 후원사 행사장에서였다. 이들은 나이키 후원을 받으며 행사장에서 만나 친분을 맺었다. 이후 급속하게 친해졌고 심서연이 먼저 김효주의 매니저를 자청했다.
전 국가대표 출신이자 다른 종목 선수가 매니저를 맡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심서연은 조심스러웠지만,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심서연은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누군가를 서포트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걸 알기에 걱정이 많았다”면서도 “하지만 이제는 선수가 아닌 일반인 심서연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매니저의 길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니저를 맡고나서 김효주의 성적이 다시 좋아졌다는 게 가장 뿌듯하다”며 “성적이 안 나올까봐 걱정했다. 걱정하지 않게 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심서연은 축구선수로 소속 팀에서 4번이나 우승을 이끈 정상급 선수였다. 하지만 김효주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는 느낌은 다르다고 했다. 심서연은 “축구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함께 이루는 성취감이 크지만, 골프는 혼자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나와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하고, 출전 선수 100명 이상을 이겨야 우승할 수 있다”면서 “효주가 우승하는 게 대견하다. 6살이나 어린 후배이지만, 혼자 해내는 모습이 멋있다”고 강조했다.
김효주는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공식 인터뷰에서 “심서연을 만나 투어 생활이 다시 재미있어진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한식을 좋아하는 김효주를 위해 심서연이 만드는 김치찌개, 닭볶음탕, 미역국 등은 김효주의 미국 생활 적응의 일등공신이다.
김효주는 “언니가 축구 선수 출신이라 골프 기술적인 도움을 받기는 어렵지만 운동 선배로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가 잘 안 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풀어가는지 조언을 듣는다”며 “예전엔 투어를 혼자 다녀서 힘들었는데 이제는 언니가 밥도 해주고 수다도 많이 떨어서 투어 생활이 재미있다”고 고마워했다.
심서연은 일단 올해까지만 김효주와 동고동락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효주와 계속 호흡이 잘 맞으면 매니저로 인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심서연은 “앞으로도 효주가 좋은 경기를 하도록 잘 서포트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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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왼쪽)와 심서연이 지난 10일 경기 고양시의 뉴코리아CC에서 끝난 LET 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아람코 코리아 챔피언십 대회조직위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