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오를텐데 왜 팔아요?"…서울 아파트 매물 7100건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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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서초구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한강 인근에서 바라본 서초구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주거 선호 지역 집주인들이 향후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9만4718건까지 늘었던 서울 아파트 매물이 이달 11일 8만7607건으로 한달여 만에 7111건 감소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매물 감소가 두드러졌지만, 다른 자치구도 감소세를 보였다.

매물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서초구로, 한 달 사이 7660건에서 5905건으로 23% 급감했다. 송파구도 6770건에서 5456건으로 19.5%, 강남구도 8581건에서 7322건으로 14.7% 감소했다. 용산구는 1915건에서 1658건으로 13.5% 줄었다.

지역 중개업소에서는 강남 3구와 용산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며 매물이 한 차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이후 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재차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고 입을 모았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3월 들어 매물이 점차 줄어들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급감했다"며 "빠르게 줄던 매물이 이달 초 소폭 늘어났지만,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다시 매물을 거두겠다는 전화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서울(위)과 서초구 아파트 매물 증감 그래프. 사진=챗GPT4o

3월 1일부터 4월 11일까지 서울(위)과 서초구 아파트 매물 증감 그래프. 사진=챗GPT4o

아실은 지난달 24일까지 7000건 대를 유지하던 서울 서초구 아파트 매물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연일 급감해 31일 6296건까지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 4월 들어서는 △1일 6282건 △2일 6291건 △3일 6326건 등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4일 6188건으로 재차 감소하면서 11일 5905건까지 쪼그라들었다.

송파구 잠실동 개업중개사도 "급매가 아닌 매물은 집주인이 대부분 거둬들였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당시에는 시장을 지켜보자는 반응이었지만, 조기 대선 확정 이후에는 향후 집값이 오르면 팔겠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이 집값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는 의미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동안 전국 아파트값은 38%, 서울 아파트값은 62.2% 상승했다. 조기 대선 결과로 들어설 차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똘똘한 한 채'를 더욱 부추겨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 상승이 재연될 가능성에 집주인들이 주목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김범준 기자

수도권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김범준 기자

공급 감소도 집주인들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서울에 분양된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페를라' 482가구가 전부다. 연간으로 따져도 올해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지난해 절반에도 못 미치는 6729가구에 불과하다.

주택 공급 지표도 약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착공은 617가구에 그쳐 전월 대비 61.6% 감소했다. 공급이 줄어드는 만큼 신축 아파트 수요는 적체되고 집값 상승 압력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대선 후보가 확정되고 공약이 발표돼 시장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된 후 가격이 상승하며 거래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오르는 가운데 아파트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며 "금리도 하락세라 중장기적으로 집값은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지금은 시장 참여자들이 관망하고 있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거래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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