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기획 100번째 구역 나왔다…18만가구 공급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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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공룡 둘리’와 ‘응답하라 1988’의 배경이 된 서울 도봉구 쌍문동 81 일대는 노후 주택 비율이 높고 도로 폭이 좁다. 경직된 용도지역 규제와 사업성 부족 때문에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됐다. 서울시가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선보이면서 주거환경 재정비의 물꼬를 텄다. 작년 3월 후보지로 선정돼 이달 최고 39층 아파트 1919가구를 조성하는 내용의 기획안이 마련됐다.

서울 전역에서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통한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2021년 9월 제도를 도입한 이후 주택 18만 가구를 공급할 기반을 갖췄다.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사업 속도를 높인 게 신속통합기획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공공성 확보, 균형 개발 등 효과도 얻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 “개발 소외구역이 더 혜택”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본격 도입한 지 약 3년 반 만에 100번째 기획안을 확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신속통합기획은 서울시와 자치구, 주민이 ‘원팀’을 꾸려 도시 개발의 밑그림을 함께 그리는 제도다. 정비계획과 지구단위계획을 동시에 수립하고, 건축·교통·환경 등 부문을 통합 심의한다. 이렇게 초기 단계부터 공공이 민간을 지원하는 만큼 재개발 기준 통상 5년이 걸리는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약 2년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됐다.

신통기획 100번째 구역 나왔다…18만가구 공급 '속도'

금천구 시흥독산구역은 2023년 12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된 지 1년여 만인 올해 1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압구정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사업도 신속통합기획으로 추진 중이다.

사업성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서울 외곽의 개발 소외구역이 더 큰 혜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가 높이와 용적률 등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강북구 미아동 791의 2882 일대는 북한산과 가까워 최고 28m 고도 제한에 묶여 있었다. 고저 차가 57m에 달할 정도로 경사진 지형에 노후 주택이 늘어선 곳이다. 서울시는 ‘신(新)고도지구 구상’에 따라 높이 제한을 평균 45m까지 풀어줬다. 향후 최고 25층, 2500가구의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한다. 관악구 끝자락 목골산 경사지에 형성돼 있는 신림동 675 일대도 유연한 도시계획기준이 적용된 사례다.

◇ “짜임새 있는 도시 개발 가능”

서울시가 초기 단계에 참여하다 보니 더욱 짜임새 있는 도시 개발이 가능해진다. 개별 구역과 단지 상황만 고려하는 게 아니라 인근 개발 현황을 감안해 더 입체적인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작구 상도14·15구역 신속통합기획안을 마련하면서 주 진입도로인 성대로 개선 방안을 제시한 게 대표적이다. 두 사업장뿐 아니라 상도동에서 모아타운, 역세권활성화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 도로 인프라 확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용산구 서계동 33 일대 신속통합기획을 짤 때 연접한 서계동과 청파동(용산), 공덕동(마포)에 걸쳐 보행녹지축을 선보인 것도 눈에 띈다. 서울역 서측에서 만리재로로 이어지는 동서축과 서울로 7017부터 효창공원까지의 남북축 구상이다. 구로구 가리봉동 87의 177 일대는 정보기술(IT) 중심지인 G밸리의 배후 주거지라는 점을 반영해 규제 완화가 이뤄졌다. 대상지 내 일부 용도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상업·업무·주거 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필수 공공시설로 꼽히지만 주민 선호도는 높지 않은 데이케어센터를 여의도시범 등 주요 정비사업장에 반영할 수 있었던 것도 신속통합기획으로 사업이 추진됐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서울시는 총 172개 신속통합기획 대상지 중 100개 프로젝트(18만 가구) 기획을 완료했다. 후속 절차도 원활히 진행 중이다. 단계별 현황을 살펴보면 정비계획 수립(54개소), 정비구역 지정(23개소), 조합설립인가(18개소), 사업시행계획인가(5개소) 등 절차를 밟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공 주도 개발이 아닌 만큼 사업 성패를 가르는 건 주민 의지와 협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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