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롯데쇼핑 등 대형마트 관련 기업 주가가 된서리를 맞았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 소상공인 보호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강화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새 정부의 경기 부양 수혜 기대로 상승세를 탔던 주가는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의도 증권가에선 최근의 주가 하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의무휴업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대형마트 관련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홈플러스 점포 대규모 폐점 사태에 따른 경쟁사 반사이익이 더 크다는 논리다.
민주당의 유통법 개정안 부각에…이마트·롯데쇼핑 ‘급락’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전날보다 각각 0.59%, 0.52% 하락한 8만3800원, 7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경기 부양 정책 수혜 기대감에 올해 고점(종가 기준)을 기록한 지난 9일 대비 이마트는 7.29%, 롯데마트는 7.94% 하락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강화하려는 내용을 담아 발의해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부각된 지난 10일 이마트는 8.28%, 롯데마트는 9.03% 급락했고, 이튿날인 11일에도 소폭 반등하는 데 그쳤다.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상하자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된 탓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 점포는 매월 이틀씩 문을 닫아야 한다. 문 닫는 날을 소비자들이 쇼핑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휴일로 할지, 평일로 할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한다. 하지만 오세희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의무휴업일을 모두 휴일로 강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 통과돼도 매출 타격은 1% 미만”
증권가 전문가들은 의무휴업일을 주말로 강제하게 되더라도 대형마트업체들의 실적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2013년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가 도입될 당시와 비교해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한 데다, 이미 의무휴업일이 주말인 점포의 비중도 상당해서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매하려는 물품에 따라 다양한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을 활용하는 본인 사례를 들어 “한국 소매유통시장 전체 규모 중 50% 남짓을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실질적 강자는 이제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대형마트 점포의 의무휴업일이 일요일로 전환되더라도, 이미 온라인 배송과 배달음식 등으로 분산된 소비 구조를 감안하면 대형마트 실적 타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점포 중 과반 이상의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의무휴업일이 평일인 점포 수는 이마트의 경우 전체 할인점 점포 133개 중 40%인 53개, 롯데마트는 110개 점포 중 28%인 31개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돼 평일 의무휴업 점포가 모두 일요일에 쉬게 됐을 때 매출 차질은 이마트가 기존 실적 추정치 대비 약 0.8%, 롯데마트가 약 0.6% 수준으로 발생할 것”이라며 “영업이익 단계에서의 영향은 연간 100억~200억원 내외일 텐데, 주말 영업 축소에 따른 주휴수당 등 인건비 감소 영향 등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심리 개선 조짐에…홈플러스發 구조조정 수혜 기대
오히려 소비심리 회복과 업계 구조조정에 따른 업황 개선에 주목할 때라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5월 한국의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을 웃돈 만큼, 향후 시장의 관심은 센티먼트(투자심리) 변화보다는 주요 유통업태의 기존점 성장률 방향성에 모일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누적되고 있고, 작년 하반기 소비 부진의 기저로 연말로 갈수록 매출 회복 모멘텀이 강해질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5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1.8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이혜영 한은 경제심리조사팀장은 “그동안 소비자 심리 회복을 제약했던 정치 불확실성과 미국 관세 정책 등 부정적 요인이 완화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작년 10월 이후 한은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점도 소비심리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재명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본격화했다. 여기에는 전국민에게 최대 25만원의 민행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예산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심리 개선의 수혜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의 일부 점포 폐점이 가시화되고 있어서다.
이진협 연구원은 “현재 폐점이 확정된 홈플러스 점포는 9개, 계약 해지 통보 점포는 27개로 모두 36개 점포의 폐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36개 점포가 모두 폐점될 경우 약 2조원의 매출이 분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분산되는 홈플러스 폐점 점포의 매출 중 30%를 인근의 경쟁 대형마트 점포가 흡수한다고 가정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매출액 추정치를 기존 대비 각각 6%와 11% 상향할 수 있을 것으로 이 연구원은 추산했다.
이마트에 대해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할인점 산업은 이미 성숙돼 성장세를 구가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마트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과 효율적 운영에 중점을 둬왔고, 관련 성과가 작년부터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일시적이거나 미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이벤트로 주가가 하락한 것을 매수 기회로 삼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정연 연구원은 연초 이후 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늘 싫어하는 단어인 ‘불확실성’ 때문”이라며 “더욱이 이마트를 비롯한 유통주의 연초 대비 수익률이 전체 주식시장을 30%가량 웃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게 차익실현의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