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미프진' 논란
정부 "안전관리 체계 구축"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지 유도 의약품의 필요성을 언급한 가운데 정부가 임신중지 의약품 '미프진'의 합법화와 공적 관리체계 구축 검토에 들어갔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이후 7년째 이어진 입법 공백 속에서 불법 유통에 의존해온 임신중지 약물을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국회의 모자보건법 개정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등 갈 길이 멀다. 실제 도입 필요성을 놓고도 의료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찬반 논란이 일면서 합법화까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6~9주)에 복용해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약으로, 전 세계에서 임신중지 의약품의 대명사로 통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임신중지 약물의 안전한 사용이 보장되려면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는 음성적으로 약을 구입하다 보니 가짜 약을 복용하거나 사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여성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제대로 투약하려면) 임신 여부와 자궁외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 검사 등 의료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 장관은"식약처 품목허가가 이뤄질 경우 의료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학회의 도움을 받아 진료지침을 마련하고, 처방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다.
식약처는 약물을 이용한 임신중지 허용 여부와 기간이 법률로 정해져야 허가 심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검토해야 하는 효능·효과와 위해성 관리 계획(RMP) 등 일부 자료를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기간이 확정돼야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성평등가족부·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회의 법 개정과 식약처 허가라는 관문을 넘는다 해도 과제는 남아 있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약물 안전성과 책임 소재다. 미프진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자궁외임신 여부와 임신 주수를 확인한 뒤 처방하도록 관리되는 전문의약품이다. 충분한 진료와 표준 지침 없이 사용될 경우 불완전 유산에 따른 대량 출혈이나 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법 개정 없이 약물 허가만 먼저 이뤄지면 투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나 법적 책임이 의료진에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서둘러야 할 것은 약물 허가 그 자체가 아니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라고 말했다.
미프진
임신 초기 단계에서 사용하는 경구 임신중지 의약품. 1998년 사노피 전신 회사가 개발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 100여 개국에서 의사 처방하에 복용하는 전문의약품이다. 한국에서 합법화되려면 국회가 모자보건법을 개정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심희진 기자 /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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