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현대 98억 거래 등
6·27 대책날 ‘신고가’ 속출
막차타려는 매도·매수 활발
양천구 등서 총 241건 거래
새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발표된 지난달 27일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막차 심리’가 폭발하며 곳곳에서 긴박하게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까지 신고된 27일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241건에 달한다. 부동산 거래 계약 신고 기한이 한 달인 만큼 전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신고된 거래를 분석해보면 양천구(28건)와 성동구(25건), 노원구(22건), 영등포구(21건) 등 재건축 기대감이 높거나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 혹은 대출규제 수혜지로 꼽힌 곳에 거래가 집중됐다.
이날 거래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단지다. 재건축 기대감이 매수심리에 반영되며 최근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던 이곳 단지에선 27일 하루 신고가 경신 거래가 줄을 이었다.
신정동에 위치한 2200여가구 규모의 목동신시가지13단지 전용면적 99㎡ 매물은 한 달 전보다 4억3000만원 오른 26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인근에 있는 14단지 전용 83㎡는 직전 거래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22억6500만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12단지 전용 60㎡도 직전 거래(3월) 대비 약 3억원 오른 17억8000만원에 최고가 거래됐으며 5단지 전용 95㎡도 신고가인 32억6500만원에 팔렸다.
성동구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졌다. 금호동에 위치한 1200여 가구 대단지 이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 전용 84㎡가 22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같은 달 18일에 이뤄진 직전 거래 대비 8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금호동 래미안하이리버 전용 84㎡도 일주일 만에 7000만원이 오른 18억7000만원에 팔리며 기존 최고가를 뛰어넘었다. 옥수동에 위치한 1500여 가구 단지 래미안 옥수 리버젠 전용 59㎡은 한 달 전보다 3억원 가까이 오른 20억5000만원에 신고가를 썼다.
눈에 띄는 초고가 거래도 있었다.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현대2차 전용 160㎡는 98억원에 매매됐다. 6월 초 이뤄진 동일 평형 거래와 같은 가격에 손바뀜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여의도 전용 84㎡는 39억3000만원에 거래 신고됐다. 앞선 거래들은 30억원대 초반에서 이뤄지던 단지다.
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매할 때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갑작스러운 규제 발표에 매수자는 ‘지금 사지 않으면 대출이 막힌다’는 불안감을, 매도자는 ‘이제 내림세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드러내며 거래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주택 매입과 매도 의사가 모두 증가세였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달 4~18일 직방 애플리케이션 접속자 5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향후 1년 내 주택 매입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73.1%, ‘매도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54.8%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사겠다 64.9%, 팔겠다 42.1%)과 비교하면 주택 매수 응답은 8.2%포인트, 팔겠다는 응답은 12.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은 대출 규제 강화, 매물 부족, 상승 피로감 등 누적된 요인과 함께 다시금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실 랩장은 “주택 매입과 매도 의사가 모두 증가했다는 것은 실수요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이자 최근 빠른 가격 상승 흐름 속에서 군중심리와 확증편향 같은 심리적 요인이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규제 전까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와 지금이 매도 적기라는 판단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민감하게 시장에 반응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