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는 맛보기, 수요 억제책 엄청나게 많이 남아있어”

11 hours ago 1

[李대통령 취임 한달 회견]
부동산 추가 규제 시사
자금 출처-실거래 자료 점검 강화… 전세대출에 DSR 적용 방안 검토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도 거론… “세금으로 집값 잡기 안할 것” 관측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3.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7.3. 대통령실 제공
“이번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취임 한 달을 맞아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서울 부동산 ‘불장’으로 최근 정부가 긴급히 내놓은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7일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최대한도를 6억 원으로 일괄 제한하는 등 초고강도 조치 이후에도 정부가 추가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수요 억제책이 아직도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면서 “더 근본적 수요 억제책도 지금 이것(대출 규제) 말고도 많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급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얼마든지 (실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부동산 추가 규제를 시사하면서 관련 부처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기관, 금융권과 함께 매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가계 대출 동향을 점검하기로 했다. 부동산 관련 불법, 탈법, 이상거래에 대한 대응도 강화할 방침이다. 국세청, 국토부 등은 자금조달계획서, 실거래 자료 등을 분석해 편법 증여, 자금 출처 의심 사례 등을 집중 점검한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사업자대출금이 주택 구입에 활용되지 않도록 점검을 강화하고, 적발 시 대출금을 즉시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1차 적발 시 1년, 2차 적발 시 5년간 신규 대출을 금지한다.

금융당국은 ‘집값 불장’이 잡히지 않을 경우 규제 지역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강화하거나 전세대출, 정책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확대하는 등의 추가 조치도 검토 중이다. 은행권 주담대에 자본 위험가중치를 높여 대출 총량을 줄이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

국토부가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을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가 50%로 강화되고, 재건축 아파트에서는 조합설립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양도소득세 등에서 세율이 중과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규제 지역 지정 등과 관련된 논의는 없다”며 “규제 지역을 지정하기까지 여러 변수들이 있는 만큼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부동산 쏠림 해소를 위한 세제 개편 카드까지 꺼내지는 않을 것이런 전망이 우세하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세금을 통한 통제는 하지 않을 것이란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정부가 대출 중심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세제 대책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과거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제를 집값 잡기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 같은 세제 대책으로 거래절벽이 이어졌고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작용이 컸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정책이 단기 집값의 70∼80%를 결정한다”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규제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며 관망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2019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 매입 시 대출을 금지하는 등 초강력 규제 대책을 내놨지만 2020년 7월 무렵부터 집값이 상승했던 걸 고려하면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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