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확성기 방송 재개 1년만에 전면 중단…“대통령실 지침”

4 days ago 4

李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현실화
軍 “한반도 평화 위한 대국민 공약 이행”

경기 파주시 군사 접경지역에 대북확성기가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경기 파주시 군사 접경지역에 대북확성기가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재개한 대북(對北) 확성기 방송을 1년 만에 전면 중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해 공언했던 확성기 방송 중단이 이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현실화한 것. 일각에선 정부가 먼저 북한에 적대적인 남북 관계를 개선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11일 여권 및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군 당국은 이날 오후 전방 전 전선에 걸쳐 설치돼있는 고정식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이는 대통령실 지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군 당국은 “남북 관계 신뢰 회복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국민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확성기 방송이 상부 지시에 따라 중지됐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정부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함께 북한을 겨냥한 심리전 수단을 꺼내든 것. 이후 군은 매일 10~30km까지 방송이 전달되는 확성기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과 ‘김씨 일가 3대 세습’ 및 북한 인권 실태 비판, K팝 등 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을 송출해왔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확성기 방송 중단 시점과 방식 등을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9일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중단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 군 당국이 확성기 방송까지 중단하면서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선제적인 행동에 나선 것.

당초 외교안보 주요 인선이 완료된 뒤 NSC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한 데엔 북한의 대남 방송 맞대응에 따른 접경지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장기화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뒤 한 달여 뒤인 지난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로 기계음 등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또 확성기 방송 재개의 계기가 됐던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북 방송을 해왔던 군 당국은 12·3 비상계엄 이후인 올해 초부터 군 장병 피로도와 방송 효과 등을 고려해 이동식 확성기는 철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현재 보유한 대북 확성기는 고정식 24개와 이동식 16개 등 총 40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초 군은 2023년 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론’ 기조에 따른 북한군의 전방 대남 단절 작업이 재개되는 올해 봄에 이동식 확성기를 투입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휴전선 일대 북한군 작업은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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