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코로나19로 인한 국제선 운항 중단과 정부의 청사 폐쇄 조치로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면세점 사업자들이 낸 임대료 감액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팬더믹 확산'이라는 이례적인 비상 상황에서 임대료 전액을 그대로 부과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는 판단이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일, 면세점 운영사 A사와 B사가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낸 임대료 반환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공사 측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이로써 A사에는 약 258억원, B사에는 약 376억원의 임대료 일부를 반환하라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두 회사는 2016년부터 김포국제공항 등 국내 주요 공항 국제선 청사에 입점해 면세점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2020년 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며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사실상 중단됐고, 같은 해 4월 국토교통부가 국제선 기능을 인천공항으로 일원화하면서 해당 청사들이 전면 폐쇄됐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다며 면세점 입주공간의 임대 주체인 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전액 면제 또는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임대 목적물인 공간 자체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던 만큼, 임대인의 의무가 전면적으로 이행불능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다”며 임대료 전액 반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청사 폐쇄 조치로 인해 임대료 수준이 현저히 부당하게 된 점은 인정해 2020년 3월분 임대료는 50%, 4월부터 8월까지는 70%를 감액해 일부 반환을 명령했다. 공항공사는 “고정임대료는 사업자가 감내해야 할 리스크”라며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도 두 면세점 운영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공항 운영 축소와 매출 급감은 일반적인 영업 위험으로 보기 어렵고, 경제사정의 급격한 변동에 해당해 임대료 감액이 가능하다”고 판시하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