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곳, LH 상대 104억원 청구했지만 패소
발주처의 책임으로 공사 착공이 수년간 지연됐더라도 계약서상 ‘공사 정지’에 따른 지연배상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공사 정지는 이미 착공해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된 경우를 뜻하므로 착공 자체가 늦어진 경우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취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A사 등 건설사 2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 5월 확정했다.
A사 등은 지난 2009년 12월 LH와 경기 화성시 봉담읍 일대 국도 43호선 확장·지하차도 건설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같은 달 착공신고서를 냈지만 LH의 사업부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실제 공사는 2015년 8월에야 시작됐다. 공사는 2021년 6월 마무리됐다.
건설사들은 착공이 지연된 1875일을 계약상 ‘공사 정지 기간’으로 봐야 한다며 지연배상금 등 약 104억원을 청구했다. 계약서에는 LH의 책임으로 공사 정지 기간이 60일을 넘으면 잔여 계약금액과 금융기관 대출평균금리 등을 기준으로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쟁점은 이 조항의 ‘공사 정지’에 착공 지연도 포함되는지 여부였다. 1심은 실질적으로 공사를 장기간 진행하지 못한 만큼 해당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며 LH가 약 49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착공 지연과 공사 정지는 계약상 다른 개념이라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지연배상 조항은 일방에게 중대한 금전적 책임을 지우는 만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공사 정지’와 ‘잔여 계약금액’이라는 표현도 공사가 이미 시작된 상태를 전제로 한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해당 조항은 발주처의 책임과 현장 감독자의 정지 지시로 착공 후 진행 중인 공사가 중단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건설사가 착공 지연을 이유로 계약기간 연장이나 계약금액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만큼 지연배상 조항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일방적으로 불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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