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속이고 타낸 보험금
약관 불충분해도 사기죄 성립
보험사가 약관을 명확히 설명하지 않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에도, 피보험자가 보험금 청구 서류에 사고 원인을 거짓으로 기재해 보험금을 수령했다면 ‘보험사기’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경필 대법관)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내 한 손해보험사 지사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A씨의 고객 B씨는 이 보험사의 실손 의료비보험과 어린이보험에 자녀를 가입시켰다. 이 보험은 피보험자가 이륜자동차를 계속 사용할 경우 이를 보험사에 알리도록 하고 있다. 보험기간 중 이륜차를 운전하다 상해를 입었을 때는 보험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B씨의 자녀는 2021년 11월 전동킥보드를 구입해 운행하다 도로에 넘어져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전동킥보드 사고는 보험금 지급이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씨 및 보험설계사와 공모하고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했다. 보험금을 받으면 일부를 나눠갖기로 한 조건이었다.
이들은 청구서류에 상해 원인을 ‘넘어져서 다침’으로 허위로 기재했고, 응급초진 차트를 일부러 누락했다. 결국 B씨는 보험사로부터 입원의료비, 비급여 주사료, 수술비 등 약 274만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행위를 유죄로 봤지만,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보험의 특별약관은 이륜자동차 운전 중에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할 뿐, 전동킥보드 사고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보험계약 체결 당시에는 전동킥보드의 정의나 규제가 명확하지 않았고, 관련 법령에도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보험사가 약관에 전동킥보드의 경우를 별도 기재했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사고에 보험금을 미지급한다는 설명을 이행하지 않았고, 특약상 이륜차에 전동킥보드가 포함된다는 설명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특약에 따라 보험금 지급이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험금 지급 대상에 해당하는지와 무관하게 서류를 허위 기재해 보험금을 탔다면 그 자체로 사기죄가 맞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권리행사 수단으로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사기죄의 기망행위”라며 “설령 보험사가 전동킥보드 운전사고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보험금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