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에서 함께 위험하게 일하다 사고로 다른 노동자를 다치게 했다면 산재보험금을 물어내라고 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같은 작업장에서 동일한 위험을 공유했다면 산재보험법상 근로복지공단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제3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근로복지공단이 굴삭기 기사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을 A씨 승소 취지로 파기자판하며 이같이 선고했다. 대법원은 파기자판을 통해 원고 승소한 원심을 깨고 판결을 즉시 확정지었다.
A씨는 지난 2018년 부산의 한 철거공사 현장에서 굴삭기를 운전해 기둥 해체 작업을 하던 중 철근이 튀어 다른 노동자 B씨의 얼굴이 다치는 사고를 일으켰다. 근로복지공단은 B씨에게 보험급여 7800만원을 지급한 뒤 A씨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했다.
산재보험법 87조 1항은 제3자의 행위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단이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먼저 지급한 뒤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1·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공단의 구상권을 인정했다. A씨는 공사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굴삭기 운전 계약만 맺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산재보험 관계가 없어 ‘제3자’가 맞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1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를 통해 가해자가 재해근로자의 사업주와 고용계약을 맺지 않았더라도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위험을 공유하며 일했다면 구상권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며 일했다면 ‘제3자’가 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 판례에 따라 대법원은 “A씨와 B씨 모두 동일한 사업주 지휘·명령 아래 업무를 수행함으로서 사업장의 위험을 공유했다”며 “A씨는 제3자에 해당하지 않고 공단은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대위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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