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명 선거법 파기환송]
‘유죄취지 파기환송’ 근거는
“골프 발언, 인식 아닌 행위의 문제… 백현동, 과장 아닌 사실관계 진술
문제 발언, 일반인 관점서 해석해야… 공직 후보자 표현의 자유 엄격히 적용”
1일 오후 3시 26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판결 요지를 25분가량 읽어 나가던 조희대 대법원장은 “원심은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이 규정한 허위사실공표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주문을 낭독했다.
앞서 이 후보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022년 9월 8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11월 15일 1심에서는 피선거권 박탈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올 3월 26일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발언 중 1심이 유죄로 본 김문기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무죄로 뒤집은 2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이 전부 파기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 대법 “골프 발언,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 유죄 판단
이 후보는 2021년 한 방송에서 당시 대선 후보 신분으로 출연해 “(국민의힘이) 단체 사진 중 일부를 떼내 조작했다”고 말했다. 과거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과 이 후보가 호주, 뉴질랜드 출장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국민의힘이 공개하며 “(이 후보와 김 전 처장은) 골프를 같이 칠 정도로 아는 사이였다”고 압박하자 부인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유죄로 판단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골프를 같이 친 적 없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실제로는 함께 골프를 쳤기 때문에 허위사실 공표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사진 조작’ 발언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고 허위성 인정도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 후보가 김 전 처장을 “(성남)시장 때는 몰랐다”고 말하면서 사진 조작 발언을 했고, 결국 이는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행위’가 아니라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인식’에 관한 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려면 ‘출생지, 신분, 직업, 재산, 행위 등에 대한 허위 사실’을 말해야 한다. 인식에 관한 발언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골프 발언이 선거인에게 주는 전체적인 인상을 기준으로 그 의미를 확정하면 ‘피고인이 김문기와 함께 간 해외 출장 기간 중에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김문기와 골프를 쳤으므로 골프 발언은 후보자의 행위에 관한 허위의 사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행위가 아니라 인식에 관한 발언이라는 2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백현동 ‘협박’ 발언도 2심 ‘무죄’→대법 ‘유죄’이 후보가 2021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한 발언도 2심과 대법원의 판단이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이 발언이 국토부의 거듭된 요구를 받던 상황을 단순히 과장한 표현일 수 있어 ‘허위의 사실’로 단정하긴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백현동 관련 발언의 내용은 모두 구체적인 과거의 사실관계에 관한 진술”이라며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인 의견 표명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당시 용도 변경은 성남시의 자체적 판단이었고 국토부의 압박은 없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이어 “(국토부가) 용도지역 변경은 성남시가 판단할 사항이라고 성남시에 공문으로 분명히 회신한 후에도 (이 후보는) 이에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그 외 김 전 처장과 관련한 ‘성남시장 시절 몰랐다’ ‘도지사 시절 알았다’는 취지의 다른 발언들은 무죄로 판단한 1, 2심 판단을 대법원도 그대로 유지했다. ‘교유(交遊) 행위’에 대한 발언이 아니라 ‘인식’에 해당해 허위사실공표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 “일반인 관점 해석해야”… 공직자 표현의 자유 더 엄격 해석
이날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취지와 처벌 범위를 명확히 했다. 대법원은 “선거 절차에서도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허위사실공표죄는 국민이 올바른 정보 토대 위에서 정치적 의사를 형성하고 선거를 통해 흠 없이 주권자로서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측면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문제가 되는 발언을 어떤 관점에서 봐야 하는지에 대해 “후보자 개인이나 법원이 아닌 일반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또 공직에 출마하는 후보자의 경우에는 일반 국민과 달리 ‘표현의 자유’의 허용 범위를 더욱 엄격하게 봐야 한다는 해석도 덧붙였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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