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협력 준비완료 강조
빠른 협상타결 지렛대로 활용
한국의 고위급 협상팀이 16일(현지시간) 미국에 입국한 뒤 첫 번째 일정으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소통 창구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을 찾아갔다. 협상팀이 첫 일정으로 OMB를 택한 것은 마스가 프로젝트를 한미 관세협상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백악관 인근 업무용 빌딩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을 찾아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분간 면담하고 조선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동행했다. 면담 이후 김 장관은 의제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마스가’에 대해 여러 가지 건설적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최근 중국이 마스가의 대표적 업체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겨냥한 제재를 발표한 것도 논의했는지를 묻자 “그런 이야기까지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를 할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우선 이번 OMB 방문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대미 소통 창구를 재확인하려는 목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조선업 부흥을 위해 지난 4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산하에 해양산업역량국을 신설했는데, 지금은 조직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다. 지난 7월 미국 조선업 부흥의 ‘야전 사령관’으로 불렸던 이언 베닛 선임보좌관까지 사임하면서 한미 조선 협력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양산업역량국 일부 인력이 OMB로 이동해왔다”며 “이번 면담에서는 한미 조선업 협력의 카운터파트를 재확인하고, 양국 간 미국 조선업 육성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그간의 준비 과정도 미국 측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 중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으니 관세협상을 조속히 타결해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자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실제 한국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마스가 관련 항목을 포함하며 프로젝트 준비에 시동을 건 상태다. 당장 내년부터 한미 조선해양산업기술협력센터 건립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고, 국내 중소 조선사의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에 지원도 예산이 배정돼 있다. 정부는 워싱턴DC에 ‘마스가 전담 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그간 대미 협상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이 조선업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면 조선업이 쇠퇴한 미국은 중국과 패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조선업 부활을 꾀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말 한국 협상팀은 ‘마스가’ 로고를 새긴 빨간색 모자를 제작하고, 한국과 미국의 지도 위에 조선소 거점과 투자 계획을 담은 가로세로 1m 크기의 대형 패널까지 준비해 미국과 극적인 무역 합의를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