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 끝내자]
기기 오작동 논란 막을수 있지만
사전투표 등 개표 방식 합의돼야
“수개표 오류가 더 많아” 연구결과도
지난해 1월 13일 대만의 한 초등학교. 오후 4시까지 투표소였던 이곳 교실은 투표 종료 한 시간 만에 개표소로 바뀌었다. 사무원이 투표함에서 기호 2번이 적힌 분홍 투표지를 꺼내 들어올렸다. 다른 사무원은 기호 2번 후보자 이름 옆에 바를 정(正) 자를 적었다. 총통과 부총통, 입법의원(국회의원)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날 대만의 1만7795개 투표소에선 이런 수개표가 6시간 가까이 진행됐다.일각에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개표 과정의 조작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대만처럼 투표소에서 전자개표기(투표지 분류기)를 배제한 전면 수개표를 실시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개표소로 운반하는 과정에서 투표함이 뒤바뀌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전자개표기 오작동으로 인한 결과 조작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정선거를 믿지 않지만, 괜한 논란을 야기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일을 이틀 이상으로 늘린 뒤 전면 수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함 직하다”고 말했다.
대만식 전면 수개표를 도입하려면 먼저 사전투표나 우편으로 진행되는 거소투표 결과 등을 어떻게 개표할지가 합의돼야 한다. 대만은 중국의 선거 개입을 방지하기 위해 투표일에 본적지에서만 투표할 수 있고 재외국민도 귀국해 투표한다. 수개표를 하는 프랑스도 사전투표제가 없다.
개표 과정에 막대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걸림돌로 꼽힌다. 한국에서 전면 수개표 방식을 도입할 경우 투·개표 당일에 투입되는 선거관리위원만 최소 7배 수준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선관위는 추산하고 있다. 유·무효표를 판단하는 선거관리위원은 지난해 총선에 2000명 가까이 투입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참관인이나 소방, 경찰 인력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자개표보다 수개표의 오류가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수개표는 오류가 있을 때 다시 개표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투·개표사무원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선관위가 전자개표기로 분류한 투표지를 사무원이 손으로 확인하는 수검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공무원노동조합이 “고강도 강제 노역”이라며 공개 반발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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