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리움산업 기술특례 재도전으로 첫 심사 기준 마련
창업자 지분 희석 부담 낮춰 벤처 IPO 유인 확대
국내 첫 복수의결권 상장사 탄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가 관련 상장규정 정비에 착수했다.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하이리움산업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다시 밟으면서 현행 규정만으로는 최대주주와 실질 지배자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의 상장에 대비해 코스닥 상장규정에 ‘최다의결권자’ 개념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행 상장규정은 통상 보유 주식 수를 기준으로 최대주주를 판단한다. 복수의결권 기업은 주식 수와 실제 의결권 비중이 달라질 수 있다. 창업자가 보유한 지분은 많지 않더라도 복수의결권을 통해 실질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상장 심사와 사후관리 기준에도 의결권 구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복수의결권은 이미 벤처기업법에 반영된 제도지만 거래소 규정에는 관련 내용이 아직 담기지 않은 상태”라며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이 상장할 때 문제가 없도록 의결권 기준 최다의결권자에 대한 정의를 규정에 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정 정비는 하이리움산업의 상장 재추진과 맞물려 있다. 하이리움산업은 국내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몇 안 되는 벤처기업 중 하나다. 지난해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했으나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하면서 일정이 한 차례 무산됐다.
하이리움산업은 지난해 5월 한국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 2곳에서 각각 A등급과 BBB등급을 받아 기술성평가를 통과했다. 기술특례상장 신청 요건은 갖췄지만 평가 결과 유효기간인 6개월 안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지 못하면서 절차가 지연됐다. 회사는 최근 거래소 지정 전문평가기관에 기술성평가를 다시 신청하며 기술특례상장 절차를 재개한 상태다.
회사는 김서영 대표이사가 보유한 복수의결권 주식 4만주를 제외한 발행 주식을 모두 보통주로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결권 주식은 상장 대상에서 제외되고 상장 이후 3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자동 전환되는 구조다. 하이리움산업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에서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이 처음으로 상장 심사를 받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
복수의결권 제도는 벤처기업 창업자가 대규모 투자 유치 과정에서 지분율이 낮아지더라도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비상장 벤처기업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창업주 지분율이 30% 아래로 떨어지거나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는 경우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붙은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창업자의 지분 희석 부담을 낮춰 투자 유치와 국내 상장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제도 활용은 아직 제한적이다. 현재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은 하이리움산업과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등 극소수에 그친다. 발행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정관 변경과 발행 결정에 발행주식총수 4분의 3 동의가 필요해 실제 활용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이후 3년이 지나면 복수의결권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는 점도 창업자 입장에서는 제도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을 단순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아니라 국내 증시가 성장기업을 붙잡기 위한 상장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벤처기업은 성장 과정에서 외부 투자를 반복적으로 받기 때문에 창업자 지분율 하락을 피하기 어렵다. 이 부담이 커지면 기업은 상장 과정에서 공모 규모를 키우기 어렵고 IPO를 통한 자금조달 여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복수의결권이 실효적으로 작동하면 창업자는 경영권 희석 부담을 덜고 공모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자금 조달 여력이 커지고 시장 입장에서는 유망 기술기업의 국내 상장 유인이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쿠팡 등 일부 유니콘 기업이 창업자 지배권을 인정받기 쉬운 해외 증시를 택한 사례를 고려하면 국내 시장도 성장기업을 붙잡기 위한 경영권 안전장치를 보다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첫 복수의결권 상장 사례가 현실화하면 향후 벤처기업 IPO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이리움산업이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 거래소는 복수의결권 발행 기업에 대한 첫 심사 기준을 제시하게 된다. 이 기준이 무리 없이 정착하면 복수의결권은 국내 기술기업의 상장 선택지를 넓히는 제도적 기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복수의결권 제도는 도입 자체보다 실제 상장 사례가 나와야 시장에서 작동하기 시작한다”며 “하이리움산업 사례는 거래소 규정 정비와 벤처기업 상장 제도 개선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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