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에서 7년째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48)는 2021년 배달앱에 입점한 뒤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하지만 수수료, 광고비, 포장재값, 배달라이더 비용도 줄줄이 늘어 월말 정산 때마다 손에 쥐는 돈은 줄고 있다. 이씨는 “플랫폼 노출을 늘리려고 광고비를 올렸더니 매출이 증가했지만 이익은 그대로”라고 토로했다.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매출은 늘지만 정작 소상공인의 수익성은 악화하는 ‘성장의 역설’이 통계로 입증됐다. 20일 박경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와 곽혜민 연구원팀은 서울 지역 음식점 1만3098곳의 49개월치(2021~2025년)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논문을 공개했다.
한국신용데이터(캐시노트)의 하루 거래 기록을 활용해 배달 매출 증가율과 수익성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최초 연구로, 오는 8월 미국경영학회(AOM)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매출 늘어도 ‘빛 좋은 개살구’
논문에 따르면 서울 음식점의 평균 배달앱 매출 비중은 17.1%, 평균 영업이익률은 3.35%다.
연구팀은 음식점을 월평균 매출 기준으로 836만원 미만 동네 소형 식당, 836만~1983만원의 중형 식당, 1983만원을 초과하는 대형 식당 세 그룹으로 나눠 배달 의존도를 10%포인트 올렸을 때 매출 및 영업이익률 변화를 측정했다.
대형 식당은 ‘규모의 경제’ 효과로 배달앱의 수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은 170% 늘어나고 영업이익률은 19.34%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중형 식당부터는 매출이 늘지만 영업이익률은 크게 하락했다. 중형 식당은 매출이 157% 늘어나는 데 반해 영업이익률은 3.74%포인트 떨어졌다. 서울 음식점의 평균 영업이익률(3.35%)을 감안하면 배달 비중을 늘리면 적자로 전환되는 식당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소형 식당도 배달 비중을 10%포인트 높이면 매출이 127% 늘어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나지만 이익률은 2.06%포인트 낮아진 1.29%에 그쳤다. 매출 증가액보다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포장비, 배달 대응 인건비가 더 많이 불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플랫폼 수수료(중개료·배달료)가 매출의 15~30%를 차지하는데, 플랫폼 내 가격 비교 때문에 메뉴 가격을 올리기도 어렵다”며 “수익성을 희생해 매출을 확보하는 울며 겨자 먹기식 장사”라고 진단했다.
◇특정 앱에 매이면 이익률 2%포인트 뚝
특정 플랫폼에 묶였을 때 발생하는 폐해도 입증됐다. 한 개 앱을 주로(87%) 사용한 식당과 두 개 앱을 균등(50%)하게 사용한 식당을 비교하면 한 앱에 집중된 식당의 이익률이 2%포인트 더 낮았다. 중소형 식당은 리뷰, 별점, 주문 이력 등 평판이 플랫폼 간에 이전되지 않아 수수료가 올라도 이탈하기 어려운 구조다.
서울 동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모씨(41)는 “A앱에서 리뷰 800개, 별점 4.8점을 쌓는 데 3년 걸렸다. 수수료가 올라도 옮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서 옴짝달싹 못 한다”고 털어놨다. 상위 2개(배민·쿠팡이츠) 플랫폼의 점유율이 90%를 웃도는 과점 구조가 이런 종속을 더욱 심화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통신사 간 번호이동 서비스처럼 리뷰와 평판을 이전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의 협상력과 운영 표준화 덕분에 수익성 하락을 일부 방어했다. 반면 독립 소상공인은 완충 장치가 전혀 없어서 플랫폼 방침 변화에 그대로 노출됐다.
박 교수는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면 도태되고, 종속되면 수익이 쪼그라드는 딜레마는 개별 자영업자의 전략 실패가 아니라 플랫폼 중심 시장의 구조적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소상공인도 집단적 교섭을 허용하고 단결권 등을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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