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중 차 의과학대 이사장 인터뷰
“환자단체에서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오죽하면 의사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겠습니까.”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전원 복귀’를 선언한 가운데 김한중 차 의과학대 이사장(77)이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이해한다면서도 “지금 이 사태를 풀지 않으면 영원히 풀지 못한다. 이달 21일 전까지 정부가 학사 유연화 조치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김 이사장은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세대 총장을 지냈다. 의정 갈등이 지속된 1년 5개월 간 차 의과학대 학생들과 직접 소통했다.
―의대생이 복귀를 선언했는데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이달 21일 전까지 정부가 학사 유연화 조치를 발표해야 한다. 이날부터 본과 4학년 의사 국가고시 시험 접수가 시작된다. 그간 복귀하지 않았던 본과 4학년 학생들이 현재 시험 대상에서 빠져있는데 이들에게도 응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정부의 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 40개 의대 상황과 학칙이 모두 다른 만큼 정부가 학사 유연화에 대한 큰 원칙을 제시하고 각 대학에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정부가 의대생에게 반복해서 특혜를 준다는 비판도 있다.
“환자단체에서 ‘특혜를 주면 안 된다’는 성명을 내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오죽하면 의사의 손길이 가장 절실한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시겠나. 하지만 지금 이 사태를 풀지 않으면 영원히 풀지 못한다.”
―의대생에게 다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상태로 계속 가면 결국 의사 배출이 늦어지고 의료 시스템이 붕괴돼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 지금 학생들은 늪에 빠져 있다. 빠져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가 없다. 사태 초반부터 학생들과 낮에는 햄버거를 먹고 밤에는 소주도 마셔가며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타이르기도 하고 야단도 치면서 1년 5개월을 보냈다. 의대 교육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기존에 복귀한 학생들을 향한 조롱과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상처는 의사 공동체 내에서 갈등과 불신이 커졌다는 점이다. 의대 교육이 정상화 된 이후에도 그간 학생들 사이에 쌓인 불신과 긴장감이 여전히 우려된다. 학생들이 그동안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더라도 이제는 동료로 서로를 받아들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정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학교에서도 학생 간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나 상담 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야간 시간 등을 활용하면 수업이 가능하다. 실제로 그렇게 수업을 따라잡고 있는 학교도 있다. 다만 지방 의대 중에는 필수의료 분야 교수들이 많이 떠나 교육할 인력이 부족한 곳들이 있다. 정부가 다른 대학에서 위탁 교육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의대 교수 출신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봤나.
“2000년대 초 의약분업 사태 때도 반대 입장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의료 현장과 환자 곁을 떠나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태를 비정상적으로 오래 끈 것에 대해서 자성이 필요하다. 의사 집단도 폐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한중 차 의과학대 이사장(77)
△연세대 의대 졸업. 연세대 보건학 석사. 서울대 보건학 박사
△1982년~2012년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08~2012년 제16대 연세대 총장
동아일보 단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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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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