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한 1300억 손실' 후폭풍…금감원, LP·MM 운용역 차익거래 막았다

1 day ago 6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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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최근 증권사 내 유동성공급자(LP)·시장조성자(MM) 업무를 담당하는 운용역의 차익거래를 막은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에는 LP·MM 운용역이 유동성 공급 목적의 호가 제출 외에도 이와 유사한 매매 전략의 차익거래를 해왔는데 이를 제한한 것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LP 부서에서 1300억원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을 두고 금감원이 기존 규정을 보다 엄격하게 해석하면서 사실상 규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글로벌 투자은행(IB) 불법 공매도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규정 해석을 명확하게 한 것"이란 입장이다. 반면 증권업계에선 "LP·MM 사업 수수료가 턱없이 낮은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거래를 막는 건 지나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금감원 "수익 추구 독립거래단위에 LP·MM 구분해야"

14일 한경닷컴 취재를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증권사를 대상으로 차익거래를 하는 특정 독립거래단위 안에 LP·MM이 부분집합으로 포함되지 못하도록 지도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는 LP·MM 운용역도 유동성 공급 목적의 호가 제출 외 수익을 얻기 위한 일반 매매거래를 할 수 있었는데 이를 구분하도록 한 것이다.

LP·MM은 한국거래소 등과 계약을 맺고 일부 종목에 매수·매도 양방향으로 주문을 넣어 가격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헤지(위험 회피)를 위해 주식을 공매도해야 하는 만큼 특정 독립거래단위로 묶일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규정 제6-30조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공매도 여부는 별도의 증권계좌를 이용하는 매도자별로 판단한다. 이때 매도자는 법인 전체로 설정되거나 조직 내 독립적인 의사에 따라 거래하는 단위인 독립거래단위별로 판단한다. 독립거래단위 요건은 매매 시점마다 모든 거래 종목의 순보유잔고를 자체 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소속 직원들은 하나의 단위 안에만 속해야 한다.

금감원은 독립거래단위 요건 중 구체적인 매매 목적과 전략을 갖춘 독립적인 조직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기존보다 엄격하게 해석해 LP·MM의 차익거래를 막았다. 기존에는 LP·MM도 유사한 매매 전략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익거래를 하는 특정 독립거래단위 안에 묶일 수 있었다. 하지만 금감원은 최근 LP·MM의 거래 목적이 유동성 공급일 뿐 수익 추구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운용역이 A주식에 대해 시장조성을 하게 되면 이 종목의 현·선물을 사고파는 등 매매거래를 하게 된다. 기존에는 A주식 외 시장조성 대상 종목이 아닌 B주식의 현·선물을 사고파는 게 가능했다. 매매나 포지션 구성 방식이 같아 독립거래단위 요건 중 같은 매매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주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LP·MM 업무가 특정 독립거래단위의 부분집합으로 있는 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안내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조문에는 독립거래단위 요건과 관련해 추상적으로 명시돼 있지만 실제 매매를 보면 어떤 업무를 붙여놔도 이해상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지난해 신한투자증권 LP 부서에서 발생한 130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 때문에 금감원이 기존 규정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0월 장내 선물 매매·청산으로 1300억원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공시했다. 상장지수펀드(ETF) LP 운용 부서에서 유동성 공급 목적의 거래 외 추가 수익을 얻기 위해 투기성으로 선물을 매매했는데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증시가 폭락하자 거액의 손실을 보게 됐다. 금감원이 LP·MM 운용역의 차익거래를 차단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할 여지를 두지 않으려는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 "수수료 수익 작고 인력 운영도 어려워"

증권업계에서는 LP·MM을 대상으로 사실상 규제에 나선 데 대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LP·MM 운용에서 손실이 나도 개별 증권사가 모두 책임지는 구조인데다 해당 업무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만으로는 제반 비용을 충당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규모가 너무 작아 그것만으로는 인력과 시스템 등 운영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며 "예를 들어 상장지수증권(ETN) LP는 증권사가 자체 발행하는 상품인 만큼 수수료 개념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LP·MM의 차익거래가 막히면서 인력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무 안에서 인력을 구분해야 하면서 상호 보완이 어려워지고 다른 사업을 해보려 해도 추가 인력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업무를 팀 단위로 분류해야 하거나 복잡해지는 것"이라며 "LP가 아닌 차익거래를 하는 일반 북(Book·자금운용한도)을 운용하고 싶어도 담당자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하면 포기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마켓메이킹(시장조성)을 하다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손실을 만회할 수 있도록 차익거래를 허용하는 게 필요한 조치란 주장도 일리가 있다"며 "마켓메이킹 부서에서 일정 부분 차익거래까지 가져갈 것인지는 증권사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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