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입장바꿔 수용 검토
“논란해소로 빠른 사업추진 ”
주민 동의 있어야 평가 착수
높이 낮출 땐 반발 커질수도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이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받으면서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협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세운4구역에 대한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방안을 추진한다. 사업 주체인 토지주 등 주민의 참여가 전제돼야 하는 만큼 주민 설득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22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종로구는 지난 19일 세운4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사업시행계획 변경 인가를 고시했다. 이에 따라 청계천변 최고 141.9m, 종로변 98.7m 높이로 업무·오피스텔·판매시설 등을 짓는 계획이 확정됐다.
서울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유산영향평가를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종로구, 사업주체인 주민 등이 평가 범위와 방식, 사업계획 조정 방향 등을 협의하고, 그 결과를 유네스코에 알리는 방식이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 세운4구역과 관련해 “선거 직후 다시 국가유산청과 논의해 유산영향평가를 ‘빠르게 하는 것’을 전제로 합의가 이뤄지도록 서울시가 중재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국가유산청과 종묘 경관 훼손 논란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업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지방선거 전 오 시장은 이 문제를 놓고 허민 국가유산청장을 세 차례 만났고,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국장급 실무협의도 수십 번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도 “유산영향평가에 참여하면 1년 이내 절차가 끝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 주체는 주민들이며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사업을 위탁받았다.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오 시장이 “주민들의 동의가 없으면 유산영향평가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시 담당 부서에도 주민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 전 넘어야 할 문화재 절차도 남아 있다. 세운4구역은 매장문화재 발굴은 마무리됐지만, 유구 보존과 전시 방식에 대한 문화재위원회 심의가 보류돼 최종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싼 문제를 매듭짓지 않으면 향후 착공 단계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리버풀은 2004년 세계유산에 등재됐지만 유산구역 안에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되며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랐고, 2021년 세계유산 지위를 잃었다. 당시 영국 정부 산하 유산자문기구와 리버풀 시의회, 개발사가 각각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진행하면서 평가 대상과 기준, 개발 효과 등에 대해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 데다 대규모 개발이 세계유산구역 안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세운4구역 개발은 세계유산구역 밖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리버풀과 다르다. 세운4구역 사업지는 종묘 정전에서 약 510m, 종묘 담당 경계로부터 180m 이상 떨어져 있다. 그러나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주민들이 유산영향평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을 경우 유네스코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조율에 성공하면 세운4구역은 세계유산 주변 개발과 보존의 접점을 찾은 선례가 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경관 보존 원칙을 지키고, 서울시는 남산에서 종묘로 이어지는 도심 녹지축 조성 구상을 이어갈 수 있다. 주민들은 20년 넘게 멈춰 있던 사업을 마무리할 수 있다.
다만 높이가 조정될 경우 사업성 보완도 쟁점이 될 수 있다. 세운4구역은 2004년 사업이 시작된 뒤 사업성 부족과 문화재 심의 등으로 장기간 표류했다. 세운4구역 주민대표회의는 “누적 채무가 7250억원에 이르고, 매년 금융이자 손실만 200억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사업계획 변경이 불가피해질 경우 주민들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도 협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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