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를 중심으로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장래 일감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자사 주거 브랜드를 알릴 기회여서다. 조합과 주민도 상대적으로 낮은 공사비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중견 건설사 참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소규모 현장에 중견사 ‘총출동’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전에 중견 건설사가 대거 몰려 입찰 단계부터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토지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있는 서울 서대문구 천연동 89의 6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 9일 1차 입찰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에는 한화 건설부문, SK에코플랜트 등 대형 건설사와 함께 진흥기업, 우암건설, 아이에스동서, KCC건설, 제일건설 등 중견 건설사가 대거 참가했다.
모아타운으로 추진되는 강서구 화곡1동 가로주택정비사업도 중견 건설사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5일 열린 1차 입찰 현장설명회엔 두산건설과 HS화성, KCC건설, 제일건설, 계룡건설, BS한양, 극동건설, 아이에스동서, 금호건설 등 9곳이 참가했다.
대형 건설사만의 단독입찰 시장인 강남 등 대단지 현장과 달리 소규모 정비사업지에선 수주 경쟁이 벌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부분 시공능력평가 50위 내 중견사가 참여한다. 대형사가 잘 들어오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을 중견사가 새로운 수주 기회로 보고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견 건설사 브랜드가 일찌감치 정해진 현장도 많다. 은평구 대조A-3(477가구)는 한신공영이, 서초구 방배동 977 일원(202가구)은 동부건설이 수주했다. 송파구 가락7차 현대아파트(113가구)는 남광토건이, 동작구 노량진 은하맨션(206가구)은 쌍용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했다.
◇속도 빠르고 사업성 지원받아
중견 건설사가 서울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대형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에 따른 금융 비용 증가, 대형 건설사 브랜드 선호 등으로 중견사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 대신 진입이 쉬운 소규모 정비사업이 중견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가로주택정비와 모아타운, 소규모재건축 사업이 대표적이다. 규모가 작아 대형사 참여가 적은 만큼 중견 건설사도 얼마든지 수주에 나설 수 있다. 용적률 완화와 기반시설 확충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이 있어 사업성 확보도 어렵지 않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참여형 정비사업은 공공이 비용 일부를 분담해 공사비 분쟁을 겪을 가능성도 작다. 사업장 규모가 작은 만큼 대형 재건축·재개발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자사 주거 브랜드를 서울 도심에 달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동부건설은 강남구 개포 현대4차아파트 소규모재건축(178가구)과 서초구 방배동 977 가로주택(202가구)에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아스테리움’을 적용하기로 했다. 코오롱글로벌은 강북구 번동 모아타운 일대를 ‘하늘채’ 브랜드 타운으로 묶어 조성하고 있다. 쌍용건설은 ‘더플래티넘’, 우미건설은 ‘린’을 앞세워 소규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작은 사업장이라도 서울에 브랜드를 새기면 후속 수주전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조합과 주민도 최근 중견 건설사 참여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형 건설사보다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시공사가 주민·조합과의 소통에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있어서다. 수주 경쟁 속에 건설사들이 설계와 마감재 수준을 높이는 점도 주민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규모 정비는 절차가 빠르고 분담금 부담이 작아 주민 호응이 높은 편”이라며 “중견사도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서울에 브랜드를 알릴 수 있어 양쪽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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