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뒤늦게 레버리지 대책
“美시장과 비대칭 해소 필요”
정부 언급 4개월만에 출시
“투자자 보호 무너져” 지적
예탁금 ‘현금 3천만원’ 제안
신규상품 출시·광고 전면중단
최소 매매수량 1좌서 20좌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기폭제로 작용하자 정부가 16일 투자자 기본예탁금을 3000만원으로 높이는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완책을 지시한 지 이틀 만이다. 개인투자자의 해당 상품 매수를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이지만 증시 변동성을 줄이는 효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증권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충분한 검증 없이 추진된 ‘속도전’이 투자자 보호망의 허점을 드러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땜질식 처방을 하는 악순환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한다.
16일 금융위원회가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미애 의원에게 제출한 ‘비대칭 ETF 규제 해소 방안 보고’라는 올 1월 내부 문건에 따르면 해당 ETF는 원래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했다.
올해 2분기까지 법령 개정과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고, 하반기에 상품을 출시해 시장 안착을 유도한다는 로드맵이었다. 이는 고위험 상품의 특성상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과 시스템 안정성 검증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월 16일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시장에서는 가능한 레버리지 상품이나 개별 주식 ETF 등 가운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며 상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같은 달 2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단일종목 상품 출시 허용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3월 18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된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에서 단일종목 ETF의 출시 시점이 2분기로 변경됐다.
당시 정부는 “해외는 되고 국내는 안되는 비대칭 규제 철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칭 규제 철폐의 예시로 ‘단일종목·레버리지 ETF, 파생형·액티브 ETF 등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상품 도입’이라고 명시했다.
4월 21일 국무회의 의결, 28일 시행령 공포가 이뤄진 뒤 한 달 만인 5월 27일 이른바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상장됐다. 김 실장이 단일종목 상품 출시를 언급한 지 약 4개월10일 만에 상품이 출시된 것이다.
이후 레버리지 ETF가 전체 증시를 흔들어댄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해 “그때 드러누워 (상품 출시를) 막았어야 했나 후회하고 있다”고 했다.
부처 간 협의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증시 활성화·부양 관련 부처 간 협의문서 제출 요구’에 대한 국회 답변서에서 “자본시장 체질개선 과제가 세제(재정경제부), 상법(법무부), 금융규제(금융위)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다”며 “필요한 경우 부처 간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별도 공문 등 협의문서는 보유하고 있지 아니함”이라고 적시했다. 정부 내 협의 과정을 보여주는 공문이나 회의록은 없다는 뜻이다.
김미애 의원은 “개인투자자 손실 위험을 알면서도 자금환류 실적을 위해 도입한 상품이라는 것을 정부 문서가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보호장치라는 것도 심화교육 1시간, 기본예탁금 1000만원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경부와 한국은행, 금융위, 금감원은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보완책을 발표했다.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된다. 현재는 현금뿐 아니라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 시가의 70%를 기본예탁금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앞으론 현금만 인정한다.
투자자는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또는 추가 매수할 때 계좌에 현금 300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예탁금 상향 조치는 다음달 5일께 시행될 예정이다. 대용증권을 예탁금 산정에서 제외하고 현금만 인정하는 조치는 다음달 19일께 시행할 예정이다.
거래 경험이 쌓인 투자자에게 증권사가 기본예탁금 기준을 낮춰주는 것도 금지된다. 현재는 통상 거래 후 3개월이 지나면 투자 경험 등을 고려해 증권사가 예탁금 요건을 완화할 수 있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사가 기준을 더 강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오는 11월부터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최소 매매수량은 현행 1좌에서 20좌로 확대된다. 현재 상품 가격이 통상 1만~2만원 수준으로 기초 주식보다 낮아 소액 투자가 쉽게 이뤄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다. 구체적인 매매 단위는 증권사 전산 개발 등을 거쳐 확정된다.
시장 내 과열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도 즉시 시행된다. 관계기관은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뿐 아니라 인버스와 커버드콜을 포함한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한다. 이미 거래되고 있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광고 및 이벤트성 마케팅을 금지한다.
투자자 사전교육도 강화된다. 현재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신규 투자하려면 일반 레버리지 상품 기본교육 1시간과 단일종목 심화교육 1시간 등 총 2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앞으로 최근 시장 상황과 손실 사례를 반영한 사례 중심 심화교육 1시간이 추가돼 총 교육시간이 3시간으로 늘어난다. 중간평가 문항도 확대하고 평가 점수가 60점에 미달하면 해당 교육 내용을 다시 학습하도록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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