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2900달러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관세 위협으로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금이 투자 대안으로 꼽힌 결과다. 금값이 3000달러를 웃도는 것은 시간문제이며 3250~4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효과’ 누린 금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2% 이상 급등해 트로이온스당 2968.50달러를 찍었다. 금 선물 가격은 최근 10거래일 중 8거래일 상승했다. 금 현물 가격도 이날 장중 2911.30달러까지 올랐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들어서만 일곱 번째 사상 최고가 경신”이라고 보도했다.
금은 최근 최대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블랙록에 따르면 금 가격은 지난 1년간 44% 뛰어 12개 주요 자산 중 투자자에게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겼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500개 기업으로 이뤄진 S&P500의 상승률(21%)을 크게 앞질렀다. 포브스는 “주식처럼 배당금을 지급하거나 채권처럼 이자를 주는 자산이 아닌 것을 고려하면 금의 상승세는 더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금값 강세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 탓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시장 불확실성을 키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다.
리카르도 에반젤리스타 액티브트레이드 선임애널리스트는 “보호무역주의가 세계 경제 성장 전망에 주는 타격과 미국 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와 미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관세도 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를 키웠다”고 했다. 포브스는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긴장,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동결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각국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점도 금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중앙은행들은 3년 연속 1000t 이상의 금을 매입했다. 특히 미국 대선이 치러진 지난해 4분기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333t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상투냐, 이제 시작이냐
시장에선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를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중론이다. 독립 애널리스트인 로스 노먼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문제는 (3000달러 돌파가) 가능한지가 아니라 언제 넘어서느냐다”라며 “보통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 조정기를 거치지만 최근 금 시장은 이런 조정 기류조차 없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는 지금이 상투냐, 더 오르느냐다. 트로이온스당 금값을 놓고 씨티그룹은 올해 말, 골드만삭스는 내년 중반 3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간은 연말 295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지금이 고점에 가깝다는 전망이다.
반면 야데니리서치를 이끄는 월가 베테랑 투자자 에드 야데니는 “일부 중앙은행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안전자산으로 금을 지속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금 가격이 곧 트로이온스당 3000달러에 도달하고 내년에는 4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선물 브로커리지 업체 블루라인퓨처스의 필립 스트라이블 수석전략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금 가격 그래프가 45도 각도를 그리며 급등한 것은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자기실현적 예언”이라며 금값이 3250~350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자가 금 가격 상승을 전망하며 베팅을 이어가 금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