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축 거장이 설계한 빌딩인데”…도심 한복판 11층 건물 외벽이 쿵, 큰일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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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건축가 승효상 건축가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이로재가 부실공사의 감리 책임으로 5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부산의 경암센터빌딩에서 발생한 외벽 석재 탈락 사건으로 인해 승 대표는 감리 부실의 법적 책임을 지게 되었으며, 법원은 전체 재시공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경암교육재단은 최종적으로 전면재공사 비용의 일부만 배상받아 여전히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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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효상 대표인 이로재 설계
부산 서면역 인근 11층 빌딩
외벽 뒤틀리고 마감재 와르르

이로재에 부실감리 책임 물어
법원, 5억2천만원 배상 판결
승 측 “우리도 시공사에 속아”

지난 2017년 7월 경암센터빌딩 외벽에서 추락한 석재가 건물 인근 바닥에 흩어져 있다.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지난 2017년 7월 경암센터빌딩 외벽에서 추락한 석재가 건물 인근 바닥에 흩어져 있다.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국내 대표 건축가이자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 직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승효상 건축가가 운영하는 건축사사무소가 부실공사의 감리 책임으로 수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건축계 거장으로 불리는 그가 감리 부실로 법적 책임을 지게 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부산에 소재를 둔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승 대표가 이끄는 건축사사무소 이로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법원은 이로재가 5억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의 발단은 2017년 준공된 부산 부산진구 서면역 인근 소재 경암센터빌딩의 부실시공이다. 지하 2층, 지상 11층 규모로 조성됐으며 건설비용으로만 113억원이 들었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경암교육재단은 부산 출신 ‘건축거장’인 승 대표가 이끄는 이로재에 건물 설계와 감리를 맡겼다. 감리용역 계약금액만 2억1600만원이었다.

지난 2018년 경암센터빌딩 외벽에 불안정하게 붙어있는 석재의 모습.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지난 2018년 경암센터빌딩 외벽에 불안정하게 붙어있는 석재의 모습.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하지만 준공 직후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건물 외벽 석재가 탈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조사 결과 시공사가 석재를 고정하는 핵심 자재인 긴결철물을 설계의 절반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접착용 에폭시로 대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건물 외벽에는 7000장이 넘는 석재가 시공됐고, 문제가 된 석재 중 일부는 가로 25㎝, 세로 95㎝ 크기의 대형 자재다. 하루 평균 47만명이 오가는 서면역 인근에서 외벽 탈락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경암교육재단은 먼저 시공사를 상대로 외벽 보수 비용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건축물의 하자는 명확했다. 법원은 1심에서 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과 대법원은 ‘부분 보수’만으로 충분하다며 2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법원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부분 보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재단은 부실시공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감리 책임을 물어 이로재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전체 ‘전면 재시공’ 비용 27억원에서 시공사로부터 배상받은 2억8000만원을 제외한 24억20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로재 측은 “우리도 시공사에 속았다”며 책임을 부인했지만, 법원은 감리 책임을 인정해 5억2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지난 2018년 외벽 석재가 탈락해 내부가 드러난 경암센터빌딩의 모습.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지난 2018년 외벽 석재가 탈락해 내부가 드러난 경암센터빌딩의 모습. [사진 = 경암교육문화재단]

특히 이번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보수 방식에 있어 지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뒤집었다. 부분 보수는 적절하지 않으며 객관적·현실적으로 ‘전면 재시공’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로재가 재단에 27억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지만 이는 감리 용역 계약금에 비해 과도한 액수이므로, 그 일부인 8억원만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재단이 이미 시공사로부터 2억 8000만원을 배상받았으므로 8억원 중 그 차액인 5억2000만원을 지급하면 된다고 최종 판단했다.

결국 경암교육재단은 승소하고도 거액의 부담을 안고 가야 하는 상황이다. 재단이 두 번의 소송을 통해 시공사와 이로재로부터 받은 배상금은 모두 8억원이다. 전면보수에 필요한 27억원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다. 진애언 경암교육재단 이사장은 “법원은 결국 ‘전면 재시공’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배상 비용 중 일부는 ‘부분 보수’를 기준으로 책정됐다”며 “남은 보수비용은 전부 재단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승 대표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직원 한 명을 현장에 상주시키고 나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면서 감리를 했지만 시공사가 작정하고 속이면 발견할 수가 없다”며 “변호사도 항소하라고 했지만 스트레스가 심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설계를 한 건축사가 현장 공사 감독까지 맡다보니 부실시공과 감리 소홀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2023년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주차장 상판 붕괴사고 이후 두 기능을 분리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업계 내 의견이 충돌하면서 논의는 유야무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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