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만큼이나 뜨거운 은(銀) 투자 열기에 다음주부터 은행권 실버바 판매가 중단된다. 은값 상승세가 이어질거란 기대가 여전한 만큼 다른 은 상품에 대한 관심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은 통장(실버뱅킹)과 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더 많은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열기에 동난 실버바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은행은 다음주부터 실버바 판매를 중단한다. 한국금거래소가 20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공급을 멈추기로 해서다. 최근 연이은 최고가 경신에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진 게 컸다.
국제 은 선물가격(12월 인도분)은 지난 16일 장중 한 때 온스당 53.7달러까지 오르며 또 한 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45년 만에 최고가(50.13달러)를 경신한 13일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은값 상승률은 70%가 넘는다. 거듭 뛰는 가격에 힘입어 국민·신한·우리·농협 등 네 은행의 올해 실버바 판매액(15일 기준 146억2000만원)도 작년 전체 판매액(6억7000만원)보다 약 22배나 늘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우려와 금리 하락 전망 등으로 안전자산 투자수요가 급증한 것이 은값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현장에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은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은은 반도체, 전자기기, 태양광 패널 등 다양한 산업에서 두루 쓰인다. 실버인스티튜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 은 수요량이 공급량보다 1억 온스 이상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은 통장, ETF에 자금 더 몰리나
금융권에선 실버바 구매가 막히면서 다른 은 상품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권에선 은 통장이 대표적인 상품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통장을 판매하는 신한은행의 실버뱅킹 잔액은 15일 1317억원으로 지난해 말(445억원) 이후 872억원 불어났다. 계좌 수는 5만5311개로 같은 기간 2만2846개 증가했다.
증권사 계좌로 은에 간접투자하는 상품들도 주목받고 있다. ‘KODEX 은 선물(H) ETF’의 17일 거래량은 약 348만주에 달했다. 은값이 최고가를 쓴 직후인 14일엔 550만주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반만 해도 하루 거래량은 많아야 120만주 정도였다. ‘신한 은 선물(H)’, 미래에셋 레버리지 은 선물’ 등 상장지수증권(ETN)의 거래량도 최근 크게 늘었다.
해외로 범위를 넓힌다면 은광 ETF도 투자열기가 뜨거운 은 상품 중 하나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X 은광’(SIL)의 올해 상승률은 151.3%에 달한다.
은값이 올해 들어 60% 넘게 뛰었음에도 금융시장에선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한 은을 비롯한 귀금속 가격 상승세가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안전자산과 위험자산 가치가 함께 오르는 ‘에브리씽 랠리’가 유지된다면 은광 ETF까지 동반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