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고양 능곡배드민턴클럽 한마음 축제가 5월31일 경기 고양시 능곡배드민턴클럽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양배드민턴클럽연합회 임원진과 산하 클럽 회장, 국회의원, 시도의원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ㅣ 능곡배드민턴클럽
을사년 오월의 마지막 날. 하늘은 시(詩) 한 줄 새기기 안성맞춤이었다. 오전 10시 30분 경기 고양시 능곡배드민턴클럽 앞 광장. 수 십명의 검객들이 등 뒤에 라켓을 꽂고 작은 언덕길을 오르고 있다. 검(劍)은 라켓이고, 라켓은 곧 검이다. 갓 검을 잡은 ‘초보 검객’부터 수십 년 무림에서 내공을 쌓은 ‘고수 검객’까지 비장함을 감추고 ‘무림지존’을 점하기 위해 달려왔다. 손이 근질거리고, 심장이 뛰고, 입에 침에 마른다. 지난 1년여일 동안 닦아온 ‘나의 비급’을 선보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그들은 ‘능골 민턴 마니아’들이다.
이날은 능곡배드민턴클럽(회장 김두만) 한마음 축제가 열렸다. ‘한마음 축제’는 올해로 34회를 맞이해 고양시배드민턴클럽에서도 유서 깊은 행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클럽 회원들뿐만 아니라 고양시배드민턴연합회 임원과 관계자, 소속 클럽 회장들도 다수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한마음 축제는 모두 2부 행사로 진행됐다. 오전 11시 능곡배드민턴클럽경기장에서 열린 1부 행사는 공식 세리머니로 진행됐다. 개회 선언, 국민의례, 대회사, 격려사, 축사, 선수선서 등의 순으로 열렸다. 김두만 능곡배드민턴클럽회장은 이날 대회사를 통해 “승부도 좋지만, 함께 부상 없이 함께 즐겁게 어울리는 행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짧고 강렬한 멘트로 박수를 받았다. 한준호 의원(더불어민주당·고양시 을)은 축사에서 “3년 전 배드민턴클럽에 가입했던 클럽회원”이라며 “앞으로 고양시 배드민턴클럽에서 부족한 면을 찾아 적극 개선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1부 행사에서는 클럽 발전을 위해 기여한 회원들에게 표창장과 공로상을 수여했다. 김동규 씨는 고양특례시장상을, 엄정섭 씨는 고양특례시의장상, 조규정 씨는 국회의원상, 황병만 씨는 고양특례시배드민턴협회장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어진 경품 추첨 행사에서는 배드민턴 라켓, 쌀, 생활용품 선물 세트 등 상품들을 회원들에게 푸짐하게 나눠줘 웃음꽃을 피웠다. 1부 행사에 이어 마련된 ‘한마음 식사 잔치’에서는 다양한 음식들이 제공돼 회원들 간의 화합과 단결을 도모했다.
행사에 참석한 김현숙 회원은 “오랜 만에 많은 클럽 회원들이 참석해 화합을 다지는 축제에 참석해 기쁘다”며 “이런 행사를 계기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아 총무는 “행사를 준비하며 힘들고 어려운 부분도 많았지만,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서로 인사하며 웃는 모습이 가슴에 닿았다”고 했다.
2부 행사는 검객들의 실력겨루기로 진행됐다. 선수마다 나이와 실력에 따라 A~D조로 나누어 ‘검력’ 대결을 펼쳤다. 대회 출전한 선수들은 갈고 닦은 자신만의 ‘비급’을 선보이며 온몸에 땀을 흘렸다. 정교한 힘으로 살짝 공중 수직 상승과 낙하를 하는 헤어핀에 입을 턱 벌리고, 총알같은이 정곡을 찌르는 강스매싱에 움찔 놀라고, 강력한 대각 백 스매싱에 혀를 내두른다. 그러나 그 뿐. 순위도, 승부도 중요하지 않다. 그저 어울릴 뿐. 내 실력의 잣대를 가늠할 뿐이다. 우리들에겐 내일이, 내년이 또 있으니까.
청년들은 주체할 수 없는 힘 때문에 검을 든다. 중년의 사내는 외로움 때문에 라켓을 잡는다. 중년의 여인들은 봄꽃처럼 지는 ‘나의 꽃’이 서러워 셔틀콕을 잡는다. 코트에 들어와 검을 잡으면 안다. 우리들이 잡은 검의 상대는 곧 세월이라는 것을.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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