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인공지능(AI)에 누구를 뽑아야 하는지 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를 비롯한 AI 챗봇은 정치 편향을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돼 있음에도, 사용자는 유권자 안내서 링크를 제시하는 등 방법으로 답변을 유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유권자 안내서, 뉴스 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등을 살펴보는 대신 AI 도구를 비당파적 조사원처럼 활용하고 있다. 정치 자료와 광고, 논평을 일일이 살펴보지 않고도 각 후보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서다.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하는 미아 테일러는 앤트로픽의 AI 챗봇인 클로드에 지방선거 투표용지를 찍어서 올린 뒤 “여기서는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다. 클로드는 처음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챗GPT, 제미나이 등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도록 훈련돼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는 자신을 진보 성향의 민주당 당원이라고 설명한 뒤, 선거 관련 자료를 찾아 링크를 제시했다. 이후 전략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선택지를 마련해달라며 질문을 더 구체적으로 던졌다. 특히, 공화당 시장 후보였던 스펜서 프랫의 본선 진출을 막기 위한 전략을 요청했다. 클로드는 민주당계 후보인 니티아 라만과 캐런 배스 중 현직 시장인 배스에게 투표할 것을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스펜서 프랫은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G. 랜드 코넬대 정보과학·마케팅·심리학 교수는 올해 초 지역 교육위원 선거에 투표하기 전 AI의 도움을 받았다. 한 시간 분량의 토론회 영상을 업로드한 뒤 어떤 후보가 자신의 가치관과 가장 가까운지 물었다. 입력 정보의 질에 따라 답변이 달라진다는 게 랜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AI는 이용자의 관점에 맞춰 후보를 해석하면서 이용자의 편향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NYT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AI의 효율성이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기술에 맡기는 데 따른 위험을 가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야밀 벨레스 컬럼비아대 정치학 교수는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 이상적인 AI 도구라면 인터넷 전체에서 정보를 끌어오기보다, 검증된 정치 정보와 정책 공약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도구는 지역 언론과 SNS에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후보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후보의 입장을 담은 자료를 AI가 더 쉽게 찾아낼 수 있어서다. 선거 전략가들은 AI 챗봇이 선호하는 형식으로 자료를 게시하고 있다. 글머리 표를 활용한 콘텐츠로 AI 검색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손주형 기자 handb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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