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노잼도시래?…'서울서 한 시간' 사람들 몰린 뜻밖의 여행지

6 days ago 4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한 가족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임형택 기자

국내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일정은 짧게, 거리는 가까운 곳으로 찾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1박2일 단기 여행 비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전통적 인기 여행지 제주와 강원 대신 수도권을 비롯한 근거리 여행지가 수혜 지역으로 떠올랐다. 특히 '노잼(재미없다는 뜻) 도시'라 불리기도 했던 대전이 인기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심당의 도시' 대전, 여행지 점유율 상승폭 1위

대전 유성구 성심당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전 유성구 성심당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컨슈머인사이트가 최근 발표한 '주례여행조사'에서 올해 1~4월 대전의 여행지 점유율은 2023년 동기 대비 1%포인트 늘었다. 이는 전체 지역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이다. 서울·경기는 각각 0.6%포인트, 인천은 0.4%포인트 증가했다.

대전은 한때 도시 규모에 비해 놀거리와 볼거리가 없다는 이유로 '노잼도시'로 불렸다. 여행지로서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지역 유명 빵집 성심당 인기가 전국구로 치솟고, 대전시도 '성심당 때문에 가는 곳'이란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축제부터 쇼핑까지 즐길 거리가 다양한 도시"라는 점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프로야구 인기, MZ(밀레니얼+Z)세대 취향에 걸맞은 맛집, 레트로(복고풍) 감성 거리 등이 알려지면서 근거리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기차(KTX)로 한 시간이면 닿는 거리도 부담없이 갈 수 있는 여행지로서의 매력을 키웠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 1~6일 황금연휴 기간 대전의 숙박 예약 증가율은 전년 대비 190% 증가하며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 대표 여행지로 꼽히는 제주와 강원은 각각 2%포인트, 1.4%포인트 하락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는 고물가 논란 등 기피 요인이 부각되면서 최대폭으로 하락해 여행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강원은 '근거리 단기간 여행' 경향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짧게 다녀오는 국내 여행…'소소한 만족' 추구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사진=컨슈머인사이트

국내 여행 일정은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박2일 단기 여행 비율이 52%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2박3일은 28%로 2017년(32%) 이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3박4일 이상은 21%다.

올해 국내 여행 평균 기간은 2.9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혔던 2020년~2022년 국내 여행 붐으로 3.1일까지 늘어났지만, 다시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2019년과 동일한 수준을 기록했다. 과거 유행했던 단기간 여행 추세가 재연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행지에서의 활동도 달라졌다. 올해 여행자들은 주된 활동으로 '식도락'과 '친지·친구 만나기'를 꼽았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각각 14%, 8% 늘었다. 반면 팬데믹 당시 늘었던 '자연 풍경 감상'은 8%, 휴식은 1% 감소했다. 팬데믹 시기 감소했다가 회복했던 '놀이·테마공원 온천 등 즐기기'는 9% 줄어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장거리 대신 단거리 여행지를 찾고 일정도 짧아지면서 가까운 곳의 맛집과 사람을 찾아 나서는, 짧은 시간 내 소소한 만족을 추구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대전·서울 등 도심 인근 인기 지역에서 '맛 따라 떠나는 주말여행' 같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 등으로 가성비를 중시하는 여행 행태로 돌아서고 있다"며 "전체적 여행 수요는 감소, 수도권과 대도시의 비중은 더 커지면서 원거리, 자연 중심의 여행지(관광지)를 찾는 소비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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