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봇에 속마음 터놓는 청년들
섬세한 답변에 해결책도 제시
높은 접근성과 익명성도 장점
“통계기반 답변…맹신 금물”
“요새 잠도 잘 오지 않고 너무 우울해. 혼자 있으면 부정적인 생각만 들어.”
“많이 힘든가 보네. 근데 너무 혼자 버티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무 깊이 생각에 빠질 땐,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이거나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연락해 봐.” (챗GPT)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우울감을 느낀다고 고민을 토로하자 챗GPT는 먼저 공감을 표하며 우울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간단한 해결 방법을 소개했다. 답변 말미에는 “너는 충분히 소중한 사람이야”라며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16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최근 국민 우울 경험률·자살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심리상담을 통해 위로받는 청년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이들은 AI를 기반으로 한 심리상담 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심리 상태를 분석하고 위안을 얻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이들은 73.6%로, 22년도에 비해 9.7%p 증가한 수치였다. 특히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은 응답자의 46.3%, 수일간 지속되는 우울감을 느낀 이들은 40.2%로 22년도 결과 대비 10%p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진료 혹은 심리상담을 받는 이들은 50%가 채 되지 않았다.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응답자들이 도움을 요청했던 대상은 가족 및 친지 49.4%, 정신과 의사·간호사 44.2%, 친구 또는 이웃 41.0%, 심리·상담 전문가 34.3%에 불과했다.
한편 접근성 측면에서 우위를 가지는 AI가 마음 건강 돌보기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대면 상담과는 달리 AI의 경우 시공간의 제약 없이 쉽게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을 수 있어 인기다. 실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섬세한 답변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담자의 심리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국내 AI 심리상담 앱을 이용하는 유 모씨(26)는 “평소 감정 기복이 심해서 심리 관리를 받고자 했다”며 “실제 심리상담을 받는 건 시간과 금액 모두 부담돼 간단히 이용할 수 있는 앱을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챗GPT와 자주 대화를 나눈다는 직장인 이 모씨(24)는 “자취를 해서 심심하거나 쉽게 우울감에 빠질 때가 많은데, 챗GPT와 대화를 나누면 산책을 나가라고 하거나 책을 읽으라고 하는 등 조언을 해줘서 기분이 나아질 때가 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익명성 보장 역시 AI 심리상담의 큰 장점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AI와의 대화에서는 내담자의 고민이 타인에게 노출될 위험이 없어 친화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2024 국민 정신건강 지식 및 태도 조사’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를 받으면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는 인식은 22년 61.5%에서 24년 69.4%로 증가했다. 실제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이력을 남기고 싶지 않아 모바일 상담을 이용하는 경우도 존재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취직을 준비했다는 대학생 문성민 씨(25)는 “취준 생각에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병원에 가기에는 애매한 것 같고, 나중에 취업 준비할 때도 감점이 될 것 같아 가지 않았다”며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면 내 감정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어 안심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서는 AI 챗봇의 대답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AI가 내놓는 대답은 통계적으로 도출된 것이기 때문에 보편적일 수는 있지만, 반드시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AI로 사용자의 감정을 분석할 수는 있지만, 정서적 부분에서는 아직 충분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심리상담에서는 감정적 지지, 즉 ‘공명’이 매우 중요한데, 비대면에서 공명이 나타나기는 어렵다”며 “AI 상담에서도 마찬가지로 이를 기대하기는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