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한동훈계와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 연장과 ‘5대 개혁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대로 그를 향한 사퇴 압박도 꾸준한 가운데 김 위원장은 ‘전 당원 여론조사’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 위원장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혁의 적기를 놓쳐서 우리 스스로가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통해 (개혁안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 8일 ▲9월 초 전당대회 개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김문수 대선후보 강제 교체 사태 진상규명 및 책임 부과 ▲당론에 민심 반영, 당론 제도화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자치단체장 후보 100% 상향식 공천 등 ‘5대 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 많은 의원이 많은 말씀을 주고 계신다”며 “그렇다면 당원 여론조사 같은 걸 통해서 모든 당원께 한번 의견을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단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계엄 이후에 많은 지지층께서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서 노력해 왔고, 헌법재판소에 절차적 문제를 제기해 왔던 것도 저는 존중한다”면서도 “헌재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전원으로 이뤄졌고, 그렇다면 우리 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6·3 대선 패배 이후 당의 쇄신 방향과 기조, 시점 등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개혁 과제가 과거 당 주류가 주도했던 행위를 직격한 조치라는 반발이 터져 나오면서 계파 갈등 양상이 다시금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구상에는 친한계와 재선 모임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날에는 재선 의원 16명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원내대표 선출 전에 당의 혁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다시 소집해 줄 것을 현 원내지도부에 요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선 의원들은 또 김 위원장의 임기를 전당대회 시점까지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같은 날 청년 당직자 30여명도 기자회견을 열고 “김 위원장은 ‘뼈를 깎는 쇄신’이란 말이 더 이상 수사에 그치지 않도록 5가지 혁신안을 제시했다”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영남권 중진들 사이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또 내부 협의 없이 5대 개혁안을 제시한 김 위원장 대신 새 원내지도부에 쇄신을 일임해야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패배 후 열흘이 지났지만, 국민의힘 내 갈등은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 이후 처음으로 개최된 지난 9일 의총에서는 5시간 넘는 토론에도 결론이 나지 않았고, 11일 오후로 예정됐던 의총은 사퇴한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결정으로 취소됐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의총이 외부에) 당내 갈등과 분열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으나, 김 위원장은 “사전협의도 없이 의총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의총에서조차 개혁안 논의를 막는 현재의 당 상황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불쾌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