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올해 이 부총리와 교육부의 언행을 돌아보면 이 같은 자신감과 낙관을 어느 정도 믿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교육부는 올 초 수업 거부 사태가 발생하자 ‘휴학 및 유급 불가’ 방침을 여러 차례 되풀이했다. 올 7월에는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각 대학이 학칙을 개정해 F학점을 받아도 유급 대상에서 제외하게 했다가 논란이 됐다. 이 부총리는 당시 일부 대학의 휴학 승인 요청에 “동맹 휴학을 승인하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6일 발표한 비상대책안에선 한발 물러서 내년 초 복귀를 전제로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밝혔다가 의대생과 의대 교수의 반발을 샀다. 이 부총리는 당시 “지속적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 및 제적 등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고 했다.연이은 대책이 의대생 복귀를 이끌어내지 못하자 결국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두 의사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석 전제로 제시한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을 허용하겠다며 다시 물러섰다. 그러는 동안 정부가 제시한 의대생 복귀 시한은 5월 말, 9월 말, 11월 중순으로 계속 미뤄졌다.
이 부총리는 이날 “(의료계와) 소통의 물꼬를 빨리 트지 못해 안타깝고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동시에 “교육부가 동맹휴학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요구사항을 들어줘 (의료계와) 신뢰가 형성됐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대학들이 허용하는 휴학이 정부 방침에 반발해 신청한 동맹 휴학이라는 걸 부인하는 곳은 교육부밖에 없다. 또 의대생 여럿에게 물었지만 “신뢰가 형성됐으니 내년에 돌아올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부총리에게 이제라도 희망회로와 낙관적 전망에 기대는 대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더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소통할 것을 권하고 싶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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