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가능성 일축하는 與
尹탄핵 결론은 3월 중순 전망
물밑선 하나둘씩 존재감 과시
지자체장 이름도 곳곳서 거론
“누가 ‘주반야대(晝反夜大)’라고 하더라고요. 뼈아플 만큼 정곡을 찌르는 말이죠.”
익명을 요청한 국민의힘 관계자 A씨는 최근 여당 내부 분위기를 묻는 데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대외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전제로 한 조기 대선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준비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주반야대’는 낮(晝)에는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밤(夜)에 삼삼오오 모이면 조기 대선을 논의한다는 표현이다. A씨는 “대선 준비를…”이라고 말한 뒤 잠시 뜸을 들이다가 “현실적으로 안 할 수는 없겠죠. 안 했으면 하지만, 그래도”라고 덧붙였다.
23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안팎에선 10여명의 인사가 차기 잠재적 대권주자로 언급되고 있다. 기존에 거론되던 안철수 의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한동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외에도 연일 새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특히 5선 현역 중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김기현·나경원·윤상현 의원을 향한 시선이 늘어난 분위기다. 이들 반(反)탄핵파 의원들은 조기대선 가능성을 일축하며 탄핵 기각·각하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국민의힘 소속 일부 지방자치단체장의 이름도 곳곳에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오기 전에는 조기 대선의 거론 자체도 자제해야 한다는 게 그간 여권의 기조였다. 그러나 지난 20일 개최된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2차 세미나에서는 당이 ‘플랜B’, 즉 조기 대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세미나에 연사 자격으로 참석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을 향해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다면 두 달 뒤에 대선이 있다”며 “두 달 동안 탄핵에 반대하고 이에 대해 부정적인 주장을 했다는 국민의힘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또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당도 지금 ‘중도로 가겠다’, ‘우클릭하겠다’고 말하지만, (국민이 민주당을 보고) ‘진짜 중도·보수 정당이 됐네’라고 생각하겠는가”라고 좌중에 묻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참석한 자리였다.
헌재가 내달 중순에 윤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권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조기 대선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조바심도 읽힌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대등한 수준으로 나타나고는 있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견제할 뚜렷한 대권주자가 부재하다는 데서다.
보좌진 등 당 관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는 이미 캠프가 꾸려진 곳이 있는지 등에 관한 문의도 상호 간에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보좌진은 “눈치 게임이 따로 없다”며 “12·3 비상계엄 직후에 당이 밖에서 흔들렸다면, 요즘은 안에서부터 시끄럽다”고 귀띔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율은 국민의힘 37%, 민주당 34%를 각각 기록했다.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31%,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10%, 오세훈 서울시장 8%, 홍준표 대구시장 5%,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5% 순으로 조사됐다.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다. 응답률은 19.8%였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