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 비운 사이… ‘낯선 남자’가 나타났다, 7년만에 돌아온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2 weeks ago 8

절제된 연기로 폭발적 사랑 표현
7월 13일까지 광림아트센터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오른쪽)가 프란체스카의 사진을 찍어 주는 장면. 쇼노트 제공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로버트(오른쪽)가 프란체스카의 사진을 찍어 주는 장면. 쇼노트 제공
1965년 미국 아이오와주 한 시골 마을. 이탈리아 출신인 프란체스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파병 왔던 남편 버드와 결혼해 고향을 떠나왔다. 평화롭지만 단조로운 일상을 보내던 어느 날. 버드가 아들 마이클과 딸 캐럴린을 데리고 일리노이주 농업박람회에 참가하기 위해 집을 비운다. 모처럼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생각에 들뜬 프란체스카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1일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에게 친숙하다. 뮤지컬만 쳐도 국내 공연이 2017, 2018년에 이어 세 번째다. 원작은 세계적으로 5000만 부 이상 팔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1992년). 1995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메릴 스트립과 함께 찍은 동명 영화는 더 유명하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무기다.

낯선 남자는 ‘로즈먼 다리’를 찍기 위해 매디슨 카운티에 온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 프란체스카는 길을 묻는 이방인 로버트를 친절하게 맞아준다. 그러다 세계를 떠도는 로버트의 삶에 호기심을 느끼고 점차 가까워진다. 로버트 역시 상냥하고 배려심 있는 프란체스카에게 갈수록 빠져든다.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예요.”(로버트)

이 작품은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해도 불륜을 다뤘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서사가 설득력을 갖추며 거부감을 다소 완화한다. 젊은 시절 화가를 꿈꿨던 프란체스카는 고향을 떠난 뒤 엄마이자 아내로만 살아왔다. 시대적 배경으로 미뤄 보면 이는 온전한 그의 선택이라기보단 사회적 규범과 책임에 억눌린 결과에 가까웠다. 로버트를 만나 진짜 ‘나’를 찾았다며 생기를 되찾는 프란체스카가 안타까우면서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번 공연은 믿고 보는 배우들이 출연해 더 눈길이 간다. 프란체스카 역은 조정은과 차지연이, 로버트 역은 박은태와 최재림이 맡았다. 주연의 연기 호흡이 잘 어우러져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사랑의 한계를 깨달을 땐 한없이 애틋하게 노래하지만, 발랄하고 장난기 있는 연인의 모습은 통통 튀게 표현했다.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을 표현할 때도 절제된 연기를 선보이는 대목은 어쭙잖은 치정극과 이 뮤지컬을 차별화하는 포인트다.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꾸민 무대 역시 두 사람의 사랑을 아련하게 만드는 장치다. 태양이 내리쬐는 옥수수밭과 소박한 통나무집은 목가적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 한 번의 순간(One Second and a Million Miles)’ 등 서정적인 넘버들도 과하지 않게 귀에 감긴다. 오케스트라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배치돼 풍성한 선율을 담아낸다. 7월 13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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