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는 경기 못해"…무릎 꿇은 女 펜싱 선수 실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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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뉴욕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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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 펜싱 선수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트랜스젠더)한 상대 선수와의 대결에서 기권한 뒤 미국 펜싱 대회에서 퇴출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여성 선수에 대한 조치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6일 미국 CNN 방송,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펜싱 선수 스테파니 터너(31)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와의 경기를 거부하면서 미국 내 여성 스포츠계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참여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됐다고 보도했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달 30일 미국 메릴랜드에서 열린 '체리블로섬 펜싱 토너먼트'에서 발생했다.

이날 예선 경기를 앞두고 터너는 자신의 상대가 트랜스젠더 여성인 레드먼드 설리번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경기 시작과 동시에 머리 보호구를 벗고 무릎을 꿇었다. 이어 심판에게 경기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터너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미안하지만, 경기를 할 수 없다. 나는 여성이고, 상대는 남성인데 이 대회는 여성 토너먼트다. 상대 선수와 경기를 치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너는 또한 "설리번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당신과 펜싱을 하진 않겠다. 미안하다' 고 말했다"라고도 전했다.

그러나 심판은 이러한 행동을 비신사적인 행위이자 규정 위반으로 판단해 터너에게 '블랙카드'를 부여했고, 그는 실격 처리됐다. 펜싱 규정상 블랙카드를 받으면 대회에서 퇴출당한다.

출처=엑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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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퍼지며 4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미국 펜싱협회의 조치에 대한 비판이 일었다.

테니스 전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여성 선수가 항의하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며 "미국 펜싱 협회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 NCAA 펜싱 선수 줄리아나 페셀리 역시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과 경쟁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며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우리의 자리와 미래를 빼앗아 갔다. 이러한 불의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여성들에게 찬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터너는 실제로 해당 대회에서 설리번과 맞붙기 전까지 네 번의 경기를 치러 승리했고, 최종적으로 39명 중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그는 "대회 전날 대진표를 확인하고 설리번과의 대진이 확정되자 경기 전 무릎을 꿇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터너에 따르면 설리번은 당시 상황에서 "괜찮냐"고 물었고 이후 "협회에 나를 지지하는 임원이 있고, 나를 여성으로 인정하는 정책이 있어서 경기에 나올 수 있다. 넌 블랙카드를 받게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펜싱협회는 이에 대해 "터너가 설리번에게 건넨 발언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단지 자격 있는 상대와의 경기를 거부한 데 대한 직접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협회 측은 :국제펜싱연맹 규정에 따라 펜서는 정식 자격이 있는 상대와의 경기를 어떤 이유로든 거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펜싱협회는 2023년 현재의 트랜스젠더 선수 관련 정책을 제정했으며 이는 '모든 사람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

설리번은 지난해 와그너 칼리지 남자팀에서 여자팀으로 전향한 트랜스젠더 선수로, 협회 규정에 따라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갖췄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태는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미국 내 트랜스젠더 여성들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트랜스 여성의 출전을 허용한 각급 학교에는 모든 연방 지원이 중단된다.

트럼프는 서명 당시 "남자를 여성 스포츠팀에 참여시키면 '타이틀9' 위반으로 간주해 제재하겠다"며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뿐"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터너는 "나는 평생 민주당 당원으로 살아왔고, 성소수자를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를 포용하는 문제를 겪고 난 후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트랜스젠더 선수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막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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