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라 오는 9일(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가 발효될 예정인 가운데 50여개국이 미 정부에 협상을 요청하는 등 외교전이 가열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6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50개 이상의 국가가 대통령에게 협상 개시를 요청해왔다는 보고를 어젯밤 무역대표부(USTR)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NBC 방송에 출연해 "50개가 넘는 나라가 자신들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낮추고 관세도 내리는 방안, 그리고 환율 조작도 중단하는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에 접촉해왔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면담하는 외국 정상은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다. 네타냐후 총리는 7일 백악관을 방문해 트럼트 대통령과 회담한다.
대미 무역 흑자국인 이스라엘은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모두 철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상호관세안을 발표하며 이스라엘에 17% 관세율을 매겼다.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하는 베트남의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은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과 협정을 맺을 수 있다면 베트남의 관세를 '0'으로 낮추고 싶다"고 말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생산적인 통화를 했다면서 럼 서기장이 대미 관세율 인하를 비롯해 협상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작년 중국·유럽연합(EU)·멕시코에 이어 미국 교역 상대국 중 4번째로 큰 1235억 달러(약 181조원)의 대미 상품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이번 미국의 상호관세안 발표에서 베트남의 관세율은 중국을 제외한 미국의 주요 교역국 가운데 가장 높다.
상호관세 32%를 통보받은 대만은 대미 투자 확대 등의 당근을 제시하며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지난 6일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은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과 유사한 대만-미국 간 '0% 관세' 논의, 대미 투자 확대, 원산지 세탁에 대한 미국 우려 해결 등을 5개 사항을 중점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상호관세 32%를 통보받은 인도네시아도 보복조치는 없다는 입장을 냈다.
각각 32%와 26%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은 인도네시아와 인도 역시 보복 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24%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은 일본은 계속해서 미국에 제외를 요청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미·일 정상 간 통화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방송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미국의 고용을 만들고 일본의 이익이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내주 중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EU, 중국, 캐나다 등은 보복에 방점을 찍고 있다. EU는 7일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대응하기 위한 보복관세 대상 품목을 확정, 27개 회원국에 제시할 예정이다. 대상 품목은 9일 회원국 표결로 확정된다.
지난 2일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에서는 빠진 캐나다는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자동차에 25% 맞불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캐나다는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제품 대상 25% 관세 부과 시행에 대응해 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 등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 규모 보복관세 부과 방침도 천명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