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회원국 한 나라를 향한 공격을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의 핵심 방위 원칙(집단방위)도 다시 확인했다.
◇나토 “안보 고려하면 다른 대안 없어”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나토 정상들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전력 증강 계획인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연간 GDP의 최소 3.5%를 핵심 국방 수요에 투입하기로 했다.
GDP의 최대 1.5%는 핵심 인프라 보호, 네트워크 방어, 방위산업 기반 강화 등에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직접 군사비 3.5%+간접 비용 1.5%’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요구한 ‘5%’를 맞췄다. 2014년 합의된 기존 목표치인 2%에서 배 이상 증액하기로 한 셈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위협과 국제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다른 대안이 없다는 데 모든 회원국이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페인은 지정학상 국방비를 늘릴 요인이 적다는 이유로 증액 대상 회원국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번 성명서에는 “조약 제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한다.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제5조의 의미에 “다양한 정의가 존재한다”고 언급하며 우려를 불러일으킨 뒤 나온 것이다. 이번 정상회의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동맹국에 대해 “우리는 그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 지원 변함 없을 것”
이번에 A4 용지 한 장, 다섯 문단으로 발표된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관련 언급은 제외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때인 작년 워싱턴DC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 자격을 포함한 유럽·대서양과 완전한 통합을 향한 ‘불가역적인 길’을 걷는 것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명시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에 2025년 최소 400억유로(약 60조원) 상당을 지원하겠다는 서약도 담겼다.
올해 공동성명엔 대신 “동맹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각국의) 변함없는 주권적 약속을 재확인한다”고만 밝혔다. 이어 “그들(우크라이나)의 안보에 대한 기여는 곧 우리의 안보에 대한 기여로, 이 점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 지원 및 방위산업 투자분을 (이날 합의된) 국방비 지출에 계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독일은 ‘초고속 재무장’
앞서 독일은 나토가 설정한 국방비 지출 목표를 6년 앞당겨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독일이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해 대규모 재무장에 나서면서 재정 건전성보다 안보와 전략 산업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연방정부는 전날 국방 예산을 2029년 1529억유로(약 241조원)로 늘리는 중기 재정 계획을 확정했다. 지난해 520억유로이던 국방 예산은 올해 약 624억유로로 증가했고 6년간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올해 2.4%에서 2029년 3.5%로 높아진다.
이는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35년까지 국방비 GDP 대비 5%’ 목표 중 ‘직접 군사비 3.5%’ 기준을 독일이 6년 앞서 달성하겠다는 뜻이다. 독일은 간접 안보 지출을 포함한 전체 국방 관련 예산을 2035년까지 GDP의 5% 수준으로 맞출 방침이다. 2029년 기준으로 독일 정부 전체 지출(5738억유로) 중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라르스 클링바일 독일 재무장관은 “연방군을 방치한 채 흑자 재정을 고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김주완/이소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