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밑창에 붙인 호스 조각… 거인이 놓친 ‘러닝의 본질’ 파고들다[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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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온(On) 세운 올리비에 베른하르트주말 아침 한강변은 이제 달리는 사람들 차지다. 러닝 크루가 무리 지어 지나가고, 마라톤 대회 접수는 인기 가수의 콘서트 예매처럼 순식간에 마감된다. 달리기는 어느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운동 중 하나가 됐다. 이 거대한 열풍에 물 만난 고기가 아니라 되레 쓰나미를 맞은 이름은 역설적이게도 반세기 전 러닝화에서 출발한 나이키다. 최근 5년 새 나이키의 시장가치는 약 80%가 증발했다. 같은 기간 러너들의 신발장에는 낯선 로고가 들어왔다. 구름 같은 밑창을 단 스위스 브랜드 ‘온(On)’이다. 이 회사의 시작은 한 은퇴 선수가 디뎌본 정원용 호스 조각이었다. 그 호스 조각이 붙어 있던 신발은 공교롭게도 나이키였다.》호스 조각에 퇴로 닫은 세 사람올리비에 베른하르트는 철인3종과 듀애슬론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였다. 십수 년을 달리기로 먹고산 그의 몸에는 오랜 질문 하나가 새겨져 있었다. 착지는 부드러우면서도 발을 떼는 순간에는 힘 있게 튀어 나가는 신발은 왜 없는가. 쿠션을 키우면 둔해지고 반발력을 키우면 몸이 상했다. 그는 이 모순을 부상으로 배웠다. 은퇴 후 그는 한 스위스 엔지니어를 만났다. 엔지니어가 내민 것은 기묘한 시제품이었다. 정원용 호스를 토막 내 러닝화 밑창에 붙인 것이었다. 호스 조각은 착지할 때 찌그러지며 충격을 삼켰고, 발을 떼면 다시 펴지며 몸을 앞으로 밀어냈다. 몇 걸음을 뛰어본 베른하르트는 알았다. 평생 찾아 헤맨 감각이 거기 있었다. 그는 이 시제품을 들고 자신의 스폰서였던 나이키를 비롯한 기존 스포츠 기업들의 문을 두드렸다. 돌아온 답은 거절이었다. 거대 조직의 기준으로는 호스 조각을 붙인 신발은 거절하는 편이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왕좌가 넘어가는 이야기는 대개 이렇게 시작한다. 어리석은 결정이 아니라, 그 순간에는 너무나 합리적인 결정으로 말이다. 베른하르트는 자신의 전 에이전트였던 카스파르 코페티에게 시제품을 신겨봤다. 달리기를 좋아하지도 않던 코페티는 몇 걸음 뛰어본 뒤 생각을 바꿨다. 두 사람은 가구 회사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다비드 알레만까지 끌어들였다. 2010년 1월, 세 사람은 온을 세웠다. 이들이 맺은 약속은 비장했다. 각자 적지 않은 돈을 넣으면서 3년 안에 다른 직업을 가지면 자기 지분을 모두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실패할 수는 있어도 한 발을 안전한 곳에 걸쳐둔 채 실패하지는 않겠다는 결의였다. 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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