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자산가 가운데 49세 이하 ‘영리치’ 증가 속도가 50세 이상 ‘올드리치’보다 두 배가량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영리치는 가상자산·금·예술품을, 올드리치는 펀드·채권 등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전자산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자산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16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고액 자산가와 대중부유층 등 총 30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고액 자산가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대중부유층은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 자산가를 뜻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리치 고객은 연평균 6%씩 증가했다. 올드리치(3%)의 두 배 수준이다. 영리치의 평균 자산은 60억원대로, 이 중 30억원가량을 금융자산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영리치는 올드리치보다 가상자산·실물자산(금·예술품)에 관심이 컸다. 영리치의 가상자산 보유율은 28.7%로 올드리치(10%)의 세 배 수준이다. 실물자산 보유율(40.7%)은 올드리치(37.7%)보다 3%포인트 높았다. 올드리치는 펀드·신탁(58.6%), 채권(45.7%) 부문에서 영리치보다 보유율이 높았다.
투자 성향도 영리치가 더 공격적인 편이다. ‘가능성이 있다면 대출받아서라도 투자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답한 영리치 비율(21.0%)은 올드리치(4.9%)의 네 배를 넘어섰다. ‘수익률을 자주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빠르게 대처한다’는 질문에 영리치의 29.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실물 경기 부진이 예상된 만큼 부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연구소에 따르면 부자들의 74.8%가 올해 실물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투자 의향이 있는 자산으로는 예금(40.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32.2%)과 채권(32.0%)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은 20.4%에 그쳤다.
가상자산 투자 경험을 갖춘 자산가도 늘어나고 있다. 고액 자산가와 대중부유층의 가상자산 보유율은 2022년 12%에서 2024년 18%로 뛰었다. 이들의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부자들의 결혼관도 눈길을 끌었다. 부자들은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란 질문에 36%가 동의했다. 이에 비해 금융자산 1억원 미만인 사람들의 동의율은 27%에 그쳤다. 배우자를 선택할 땐 부자가 일반 대중보다 ‘집안의 경쟁력’ ‘부모의 고향’ ‘형제·자매 중 서열’ ‘학력’ 등을 더 꼼꼼하게 따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