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넘는다”… 봄비 뚫고 4만 명과 함께 달린 동아마라톤[동아리]

6 hours ago 2

대회를 앞둔 러너들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린 날씨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비를 입거나 비닐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회를 앞둔 러너들은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린 날씨에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비를 입거나 비닐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지난 16일 오전 8시경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는 2만 명에 달하는 러너가 모여들었다. 한국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인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기온이 섭씨 6도까지 내려갔지만, 현장은 러너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66개국 4만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접수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온라인 참가 접수는 풀코스(42.195km)와 10km 코스가 각각 16분, 45분 만에 마감됐다.

10km 코스 그룹별 레이스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러너들은 출발점인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에 모이기 시작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10km 코스 그룹별 레이스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러너들은 출발점인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에 모이기 시작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동대문을 지나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풀코스에는 170명의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 러너 2만 명이 참가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에 모인 2만 명은 10km 코스 참가자들이다.

이날 국제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가 2시간5분42초, 여자부의 베켈레치 구데타 보레차가 2시간21분36초의 기록으로 각각 1위를 했다. 국내 남녀부에서는 김홍록(한국전력)과 임예진(충주시청)이 각각 2시간12분29초, 2시간30분14초로 나란히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궂은 날씨에도 서로 “파이팅”… 10km ‘도심 레이스’ 풍경

지난 16일 오전 7시경 서울마라톤 10km 코스 시작점인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안에는 비를 피해 러닝 복장으로 채비에 나선 러너들로 가득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지난 16일 오전 7시경 서울마라톤 10km 코스 시작점인 지하철 2‧9호선 종합운동장역 안에는 비를 피해 러닝 복장으로 채비에 나선 러너들로 가득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날은 이른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 6시경 대회 출발지로 이동하는 지하철에 탑승하자 러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10km 코스 시작점인 2‧9호선 종합운동장역에는 도착하니 주변은 온통 러너들이었다. 이들은 비를 피해 지하철 역 안에서 러닝 복장으로 채비에 나섰다.

대회 시작을 앞둔 러너들이 큰 원을 그린 채 서서 몸을 풀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회 시작을 앞둔 러너들이 큰 원을 그린 채 서서 몸을 풀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역 밖으로 나서자 본격적인 러너들의 축제 현장이 펼쳐졌다. 이들은 대부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비를 입거나 비닐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또한 대회 시작을 앞두고 큰 원을 그린 채 서서 몸을 풀기도 했다.

대회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러너들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회장에 일찌감치 도착한 러너들은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축제를 더욱 알차게 즐기고 있는 러너들도 많았다. 이들은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공식 협찬 브랜드들이 설치한 홍보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날 대회 현장에는 하이트진로 ‘테라 라이트’, 동아오츠카 ‘포카리스웨트’, 매일유업 ‘셀렉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홍보부스를 설치했다.

그룹별 레이스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러너들은 출발점인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전 7시50분 출발 총성과 함께 러너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롯데월드타워가 이정표 역할을 자처했다. 점차 굵어지는 비를 뚫고 잠실역사거리에서 가락시장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부턴 반환점까지 직진뿐이지만, 응원하기 위해 나온 러닝 동호회 회원들과 시민들의 응원 소리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송파지하차도는 반환점을 향하는 러너들과 반환점을 돌고 온 러너들이 마주치는 공간이었다. 숨이 턱턱 차는 순간에도 서로를 향해 외치는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지하차도에 갇혀 울렸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송파지하차도는 반환점을 향하는 러너들과 반환점을 돌고 온 러너들이 마주치는 공간이었다. 숨이 턱턱 차는 순간에도 서로를 향해 외치는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지하차도에 갇혀 울렸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송파지하차도는 반환점을 향하는 러너들과 반환점을 돌고 온 러너들이 마주치는 공간이었다. 숨이 턱턱 차는 순간에도 서로를 향해 외치는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지하차도에 갇혀 울렸다.

10km 코스 도착점에 이르자 ‘삐빅’ 소리가 울렸다. 성적표가 기록되는 소리다. 결과는 55분56초. 1km당 5분35초 페이스로 레이스를 마쳤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10km 코스 도착점에 이르자 ‘삐빅’ 소리가 울렸다. 성적표가 기록되는 소리다. 결과는 55분56초. 1km당 5분35초 페이스로 레이스를 마쳤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출발점이었던 도착점에 이르자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까지 도열해 응원 열기를 더했다.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끝으로 ‘삐빅’ 소리가 울렸다. 10km 성적표가 기록되는 소리다. 결과는 55분56초. 1km당 5분35초 페이스로 레이스를 마쳤다.

“낭만 치사량 초과”…예비부부 ‘웨딩런’, 친구끼리 ‘우정런’

예비부부 박형민, 구혜인 씨는 ‘우리 결혼해요’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10km 코스를 완주한 뒤 부케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비부부 박형민, 구혜인 씨는 ‘우리 결혼해요’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10km 코스를 완주한 뒤 부케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대회엔 눈에 띄는 러너들도 많았다. 먼저 10km 코스를 완주한 구혜인 씨(37)와 박형민 씨(41)는 오는 29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다. 2023년 러닝 동호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대회 티셔츠에 ‘we are getting married’란 문구를 적었다. 특히 예비신부 구 씨는 면사포를 쓰고 부케도 든 채로 10km를 뛰었다.고려사이버대학교 교직원과 학생들은 새 학기를 맞아 소통과 화합의 의미로 10km 코스에 함께 도전했다. 최연현 씨(소방안전학부 22학번)는 “사이버대학의 특성상 학우들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데, 마라톤을 통해 함께 호흡하며 교류할 수 있어 의미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런 행사에 적극 참여해 도전과 성장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양예린(33), 황정민(36), 남성현 씨(40)는 함께 10km 코스를 뛰었다. 왼쪽부터 황정민 씨, 남성현 씨, 양예린 씨.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양예린(33), 황정민(36), 남성현 씨(40)는 함께 10km 코스를 뛰었다. 왼쪽부터 황정민 씨, 남성현 씨, 양예린 씨.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우정을 다지기 위해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양예린(33), 황정민(36), 남성현 씨(40)는 함께 10km 코스를 뛰었다. 양예린 씨는 “시작과 동시에 비가 쏟아졌는데, 살면서 이렇게 비를 맞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낭만 치사량을 초과하는 운치 있는 달리기였다”고 말했다. 황정민 씨와 남성현 씨도 “나를 이겨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힘들면 걷자고 다짐했는데 끝까지 열심히 달린 제 자신에게 박수쳐주고 싶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3)도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6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안철수 의원실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3)도 풀코스 완주에 성공했다. 안 의원의 6번째 마라톤 풀코스 완주다. 안철수 의원실 제공

이밖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3), 가수 션(53), 권오갑 HD현대 회장(74) 등이 러너들과 함께했다. 전 세계 65개국에서 온 외국인 3766명도 서울을 누볐다. 국가별로는 중국 국적 참가자가 856명으로 가장 많았다. 홍콩(553명), 일본(468명), 대만(424명) 국적 참가자가 뒤를 이었다.

동아리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전승훈의 아트로드

    전승훈의 아트로드

  • 황재성의 황금알

    황재성의 황금알

  •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