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66개국 4만여 명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접수부터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8일 오전 10시에 시작한 온라인 참가 접수는 풀코스(42.195km)와 10km 코스가 각각 16분, 45분 만에 마감됐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동대문을 지나 잠실종합운동장에 이르는 풀코스에는 170명의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 러너 2만 명이 참가했다. 잠실종합운동장에 모인 2만 명은 10km 코스 참가자들이다.
이날 국제 부문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남녀부 모두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우승했다. 남자부의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가 2시간5분42초, 여자부의 베켈레치 구데타 보레차가 2시간21분36초의 기록으로 각각 1위를 했다. 국내 남녀부에서는 김홍록(한국전력)과 임예진(충주시청)이 각각 2시간12분29초, 2시간30분14초로 나란히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궂은 날씨에도 서로 “파이팅”… 10km ‘도심 레이스’ 풍경
이날은 이른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 6시경 대회 출발지로 이동하는 지하철에 탑승하자 러너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10km 코스 시작점인 2‧9호선 종합운동장역에는 도착하니 주변은 온통 러너들이었다. 이들은 비를 피해 지하철 역 안에서 러닝 복장으로 채비에 나섰다.
역 밖으로 나서자 본격적인 러너들의 축제 현장이 펼쳐졌다. 이들은 대부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우비를 입거나 비닐담요를 두르고 있었다. 또한 대회 시작을 앞두고 큰 원을 그린 채 서서 몸을 풀기도 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기 전 축제를 더욱 알차게 즐기고 있는 러너들도 많았다. 이들은 대회장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거나, 공식 협찬 브랜드들이 설치한 홍보 부스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날 대회 현장에는 하이트진로 ‘테라 라이트’, 동아오츠카 ‘포카리스웨트’, 매일유업 ‘셀렉스’ 등 다양한 기업들이 홍보부스를 설치했다.
그룹별 레이스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러너들은 출발점인 잠실종합운동장 동문에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전 7시50분 출발 총성과 함께 러너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롯데월드타워가 이정표 역할을 자처했다. 점차 굵어지는 비를 뚫고 잠실역사거리에서 가락시장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부턴 반환점까지 직진뿐이지만, 응원하기 위해 나온 러닝 동호회 회원들과 시민들의 응원 소리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송파지하차도는 반환점을 향하는 러너들과 반환점을 돌고 온 러너들이 마주치는 공간이었다. 숨이 턱턱 차는 순간에도 서로를 향해 외치는 ‘파이팅’이라는 응원 메시지가 지하차도에 갇혀 울렸다.
출발점이었던 도착점에 이르자 대회 조직위 관계자들까지 도열해 응원 열기를 더했다. 이들과 하이파이브를 끝으로 ‘삐빅’ 소리가 울렸다. 10km 성적표가 기록되는 소리다. 결과는 55분56초. 1km당 5분35초 페이스로 레이스를 마쳤다.
“낭만 치사량 초과”…예비부부 ‘웨딩런’, 친구끼리 ‘우정런’
우정을 다지기 위해 참가한 이들도 많았다.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양예린(33), 황정민(36), 남성현 씨(40)는 함께 10km 코스를 뛰었다. 양예린 씨는 “시작과 동시에 비가 쏟아졌는데, 살면서 이렇게 비를 맞을 일이 얼마나 있겠나. 낭만 치사량을 초과하는 운치 있는 달리기였다”고 말했다. 황정민 씨와 남성현 씨도 “나를 이겨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힘들면 걷자고 다짐했는데 끝까지 열심히 달린 제 자신에게 박수쳐주고 싶다”고 각각 소감을 전했다.
이밖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63), 가수 션(53), 권오갑 HD현대 회장(74) 등이 러너들과 함께했다. 전 세계 65개국에서 온 외국인 3766명도 서울을 누볐다. 국가별로는 중국 국적 참가자가 856명으로 가장 많았다. 홍콩(553명), 일본(468명), 대만(424명) 국적 참가자가 뒤를 이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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