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부정선거 음모론 끝내자]〈상〉‘투표지 분류기’ 논란 해소하려면
❶ 보안전문가 등 참여 점검-감시
❷ 정당 참관인 수검표 직접 참여
❸ 선관위, 개표 과정 녹화 보관… 투명성 강화로 오해 소지 줄여야
“자동 분류된 투표지를 재개표하면서 결과가 뒤집혔다.”
2020년 4월 총선이 치러진 지 두 달이 지난 그해 6월 보수 유튜버들 여러 명이 충남 부여군 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소란을 일으키며 항의했다. 옥산면 사전투표지를 분류기로 집계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후보 표가 뒤섞였고, 이를 재분류하자 당초 지는 것으로 집계된 미래통합당 표가 더 많은 것으로 결과가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선관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선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의 표가 섞인 적도, 득표 결과가 뒤집힌 적도 없었다. 다만 개표사무원이 집계를 마친 투표지를 100장씩 고무줄로 묶어 정리하는 과정에서 재확인이 필요한 투표지 일부가 합쳐지자 이를 다시 분류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근거 없는 투표지 분류기 조작 의혹
선관위는 항의 방문한 유튜버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설명했지만, 이 사건은 곧 부정선거론자들을 통해 대표적인 부정선거 사례 중 하나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들은 특정 세력이 투표 분류기를 해킹해 개표 결과를 조작했다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개표 참관인의 지적을 받고 재개표하자 득표 결과가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유튜브에선 이 사건에 살을 붙여 민주당 후보가 해당 개표소에서 180표를 받았다가 재개표 결과 159표로 줄어들었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쇼츠’ 형태로 제작돼 유포됐다. 보수 유튜버들은 이 사례를 소개하며 “‘투표지 분류기가 이상했다’는 개표 참관인들의 증언이 쏟아진다” “부여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비슷한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책에도 이 사례가 거론됐다.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이 유튜브 등을 타고 음모론의 형태로 일파만파 확산된 것이다.
분류기 조작 의혹은 2020년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도 일각에선 유효표를 미분류표로 분류하는 등 투표용지를 섞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 “개표 과정 투명성 강화로 오해 소지 줄여야”
정당 등에서 추천하는 참관인이 직접 수검표 작업에 참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각 정당의 추천을 받아 개표소에서 개표 결과를 검증하는 참관인이 직접 투표지 분류기로 집계된 결과를 검표하는 작업에 참여해 해킹 등 부정선거 시비를 차단하자는 것이다. 한국정당학회는 지난해 발표한 ‘투·개표 참관인 제도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참관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 참관인으로서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선거사무 일부를 맡기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한일 국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실제 검표 등에 참여함으로써 결과에 승복하려는 마음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검표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각 당 참관인 간의 교차 검증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선관위가 개표소별로 투표지 분류기를 통한 개표 과정을 녹화해 보관하는 것도 논란을 불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정선거 시비가 생기면 해당 개표소의 영상을 법원 판단에 따라 당사자들에게 공개하는 방식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 선관위가 근거를 남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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