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물려줄 때 세금은 ‘시가’를 기준으로 매긴다. 상속이라면 상속이 개시된 날, 증여라면 증여한 날의 시가로 신고해야 한다. 여기서 시가란 정상적인 거래에서 형성된 객관적 교환가격을 말한다. 매매가격이 대표적이고, 감정가격과 수용가격·공매가격도 법이 정한 요건을 갖추면 시가로 인정된다. 문제는 시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다. 이때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을 쓴다. 부동산이라면 사실상 공시가격이다.
부동산 중에서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시가를 찾기 쉽다. 면적·위치·용도가 비슷한 물건이 많아 최근 거래된 매매사례가액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반면 꼬마빌딩이나 고가주택은 사정이 다르다. 물건마다 개별성이 강해 비교할 대상이 마땅치 않고, 거래도 드물다. 그래서 납세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부동산을 공시가격으로 신고해 왔다. 공시가격은 통상 시가보다 낮으니 세 부담도 그만큼 줄었다.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에 나섰다
이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 2019년 2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이다. 납세자가 세금을 신고한 뒤라도 법정결정기한, 즉 상속세는 신고기한부터 9개월, 증여세는 6개월 안에 매매·감정·수용가액이 새로 생기면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시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2020년부터 감정평가사업을 시행해 왔다.
꼬마빌딩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이 공시가격으로 신고돼 국세청이 산정한 추정 시가보다 10억 원 이상 낮거나 차액 비율이 10%를 넘으면, 두 곳 이상의 감정기관에 감정평가를 의뢰한다. 그 결과를 평가심의위원회에 올려 시가로 확정하고, 그 금액으로 상속·증여재산을 다시 평가한다. 과세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2025년부터는 대상이 일부 초고가 아파트와 호화 단독주택까지 넓어졌다. 이 경우 기준선은 5억 원(또는 10%)으로 더 낮다.
다만 감정가액이 무조건 시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여기서 세 개의 날짜가 등장한다. 평가기준일(상속개시일 또는 증여일), 가격산정기준일, 그리고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이다. 이 기간에 값이 크게 흔들렸다면 그 감정가액은 평가기준일 현재의 시가로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대법원이 정리한 세 가지 쟁점
과세관청이 이런 방식으로 세금을 매기자 소송이 잇따랐다. 쟁점은 세 가지였다. 애초에 시행령 조항 자체가 유효한지, ‘특별한 사정’ 요건이 어느 기간까지 충족돼야 하는지, 그리고 ‘특별한 사정’이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다. 하급심 판단이 엇갈렸으나 최근 대법원이 상당 부분 정리했다.
첫째, 기존 감정가액이 없는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나온 감정가액을 시가로 보고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허용된다. 둘째,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요건은 평가기준일부터 가격산정기준일까지만이 아니라, 가격산정기준일부터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의 기간에도 충족돼야 한다. 게다가 그런 사정이 없었다는 점은 과세관청이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입증 책임이 납세자가 아니라 과세관청에 있다는 의미다.
셋째, 대법원은 “이러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함에 있어 시간의 경과에 따른 일반적인 가격변동 사유도 고려 대상에서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특별한 사정’은 무엇을 보고 가려낼까. 대법원은 해당 기간에 재산 가액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치는 변동이 생겨 그 감정가액을 평가기준일 현재의 객관적 교환가치로 보기 어려운지를 중심으로 판단하라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부동산의 법적·물리적 상태나 이용 상황의 변화, 규제 환경과 지역 환경의 변화, 세 날짜 사이의 시간적 간격, 비교표준지와의 상대적 가격 차이의 변동, 공시가격의 누적 변동폭과 지역 평균 지가변동률 등 일반 지표와의 괴리 정도, 주변 토지 용도의 개선 정도를 살펴야 한다. 나아가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할 경우 동종·유사 자산과 현저한 가격 불균형이 생기는지, 감정평가로 가격 변동성을 적절히 보정할 수 있는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할 위험은 없는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꼬마빌딩이나 고가주택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비교할 만한 거래가 없으니 공시가격으로 신고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국세청이 뒤늦게 감정평가에 나설 수 있고, 그 결과 세 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오히려 처음부터 감정평가를 받아 신고하는 편을 검토할 만하다.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실익도 있다. 감정가액은 훗날 자녀가 그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이다. 취득가액이 높으면 양도차익이 줄고, 양도소득세 부담도 그만큼 가벼워진다. 상속·증여 단계의 세금만 볼 것이 아니라 처분 단계까지 함께 계산해야 하는 이유다.
[바른 상속·기업승계 리포트]에서는 개인자산의 상속∙증여, 기업승계 전 과정의 설계, 실행, 관련분쟁과 관련된 법률 이슈를 해설합니다. 김지은 변호사는 조세전문가로 Estate Planning Center 일원으로 자산관리 방안을 컨설팅 함과 동시에 상속설계 자문, 상속분쟁 대응, 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와 자산승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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