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라인업에 돌아온 김혜성은 패배에도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LA다저스의 김혜성은 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경기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2안타 1삼진 기록했다. 팀은 1-2로 지면서 루징 시리즈를 확정했다.
이날 김혜성은 흥미로운 대결을 벌였다. 2023년 NC다이노스에서 뛰며 KBO리그 최고 투수로 군림했던 에릭 페디가 세인트루이스 선발로 나온 것.
김혜성과 페디는 이날 두 차례 맞붙었고 중견수 뜬공과 중전 안타가 나왔다. 서로 장군멍군을 주고 받았다.
3회 첫 대결에서는 페디가 웃었다. 1-1 카운트에서 몸쪽 높은 코스 싱커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5회는 상황이 달랐다. 선두타자로 나온 김혜성은 7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페디는 김혜성을 쉽게 잡은 3회에는 정작 위기에 몰렸다. 상위 타선과 대결에서 볼넷 2개와 피안타로 만루 위기에 몰린 것. 그러나 윌 스미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으며 실점을 막았다.
반대로 발빠른 선두타자 김혜성을 내보낸 5회는 상위 타선을 세 타자 연속 아웃시켰다. 김혜성은 2루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상대를 압박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페디는 이날 5 1/3이닝 4피안타 4볼넷 2탈삼진 무실점 기록하고 내려갔다. 날카롭지는 않았지만, 피해를 최소화했다.
김혜성은 7회 세 번째 타석에서 좌완 스티븐 매츠가 마운드에 올라왔음에도 교체없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2루수 방면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땅볼 타구였지만 바운드가 크게 튀면서 빠른 발을 이용해 살아남았다. 1사 1, 2루 기회가 이어졌지만, 프레디 프리먼이 병살타를 때리며 득점 기회를 날렸다.
균형은 8회말 깨졌다. 2사 1, 2루에서 벌슨의 타구가 다저스 투수 벤 카스파리우스의 몸을 맞고 굴절됐고 카스파리우스가 이를 급하게 잡아 1루에 던진 사이 3루까지 진루했던 메이신 윈이 홈까지 파고들어 득점을 만들었다.
8회까지 득점권 10타수 무안타, 잔루 11개의 처참한 성적을 남긴 다저스 타선은 9회 간신히 점수를 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운이 따랐다. 오타니 쇼헤이의 땅볼 타구가 2루 베이스를 맞고 굴절되며 행운의 안타가 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계속된 1사 1, 3루에서는 프레디 프리먼의 빗맞은 타구를 포수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내야안타가 되는 듯했으나 타구가 프리먼에게 먼저 맞았다는 주장이 인정돼 파울이 선언됐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나와 항의했지만, 결과가 바뀌지는 않았다.
이대로 다저스가 또 기회를 날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승부의 여신은 이들에게 기회를 줬다. 프리먼이 삼진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폭투가 나오며 3루에 있던 오타니가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다.
9회 선두타자로 나왔던 김혜성 타석이 다시 한 번 아쉬움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마지막 헛스윙 장면에서 3루심이 헛스윙이 아닌 파울을 선언하면서 기회가 이어질 것처럼 보였지만, 4심 합의 끝에 결국 삼진이 인정됐다.
다저스의 운은 여기까지였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카스파리우스가 선두타자 놀런 고먼에게 우측 담장 넘어가는 인정 2루타를 허용했고, 페드로 파헤스의 희생번트 때는 1루 송구를 너무 높게 하면서 무사 1, 3루 위기에 몰렸다.
다저스 벤치는 좌익수에 있던 키케 에른나데스를 내야로 불러들이며 5인 내야 시프트로 압박했지만, 아레나도는 타구를 좌측 외야로 날리며 경기를 끝냈다. 아레나도의 통산 13번째, 시즌 두 번째 끝내기 안타.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6이닝 4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했다. 1회 2사 1, 3루 위기에서 도루 시도를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고, 2회에는 2사 만루 위기에서 일본대표팀 동료 라스 눗바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았다. 눗바는 헬멧을 내동댕이치며 좌절감을 드러냈다.
이후 6회까지 피안타 한 개, 볼넷 한 개만 허용하며 순항했다. 유격수 무키 벳츠는 6회 알렉 벌슨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 땅볼 아웃으로 연결하며 야마모토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세인트루이스(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