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헌 "한국의 톰 하디 꿈꿔"…'카포네' 7년 만에 만난 이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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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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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이 공연을 하다가 갈비뼈가 부러졌어요. 아무도 시키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무리해서 몸부림치다 그렇게 됐죠.(웃음) 갈비뼈가 나았나 했는데, 그 후 왼쪽 발목에 염증이 차오르고요. 이번엔 정말 건강해요. 다들 이전보다 밝고, 재밌어졌다고 하더라고요."

7년 만에 돌아온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올드맨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 배우 김주헌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동안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와 MBC '빅마우스', SBS '무인도의 디바', MBN '세자가 사라졌다' 등 다수의 작품에서 종횡무진으로 활동하며 그에게 7년 전에도 함께 했던 영맨 역의 배우 김도빈이 "형, 생각있어?"라는 연락에 곧바로 응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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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은 "코미디와 정극, 악역까지 다채로운 모습을 가감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작품"이라며 "이전에 부상 때문에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것들도 이젠 제대로 할 수 있을 거 같았다"고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김주헌은 연극에서 극단 활동을 하며 배우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거미여인의 키스', '엠.버터플라이 M Butterfly', '프라이드' 등 현재까지도 사랑받는 작품들의 주인공을 도맡아 하며 대학로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카포네 트릴로지' 역시 그때 만났던 작품이다.

'카포네 트릴로지' 3부작을 관통하는 건 미국 시카고 렉싱턴 호텔 661호다. 이곳에서 1923년, 1934년, 1943년까지 10년을 주기로 일어난 사건이 독립된 이야기로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완결성을 갖췄지만, 세 편이 하나의 서사로 연결되는 옴니버스 구조다. 김주헌이 연기하는 역할 역시 극마다 다르다.

김주헌이 '카포네 트릴로지'에서 맡은 올드맨은 '루시퍼'에서 가장 비중이 크다. 하지만 '빈디치'에서 고문을 받는 장면에서 몸부림을 치던 중 갈비뼈가 부러졌고, 이후 '루시퍼'에서 여자 배우를 안아 올리거나 액션을 소화하지 못할 정도로 숨을 쉬기 힘들었다는 게 김주헌의 설명이었다.

"공연을 계속 해야 하니, 아파도 참고 했죠. 저녁 시간을 이용해 근처에 서울대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렇게 나온 거예요. '로키'를 해야 해서 광대 분장까지 한 상황에서 관객분들께 죄송하다고 인사했어요. 그땐 순수해서 펑펑 울었던 거 같아요.(웃음) 관객분들에게도, 같이 연기하는 배우들에게도 미안했어요. '카포네 트릴로지'는 올드맨과 영맨, 레이디 세 배우가 팀을 이뤄서 계속 가거든요. 다른 배우가 투입돼 섞여야 하니 호흡을 맞추는 게 힘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갈비뼈 부상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에 왼쪽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다리에 열이 올라 새벽에 구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 입원했다"는 김주헌은 "항생제가 잘 안 들어서 바꿔가면서 치료하느라 입원 기간도 길어졌다"면서 그때의 미안함을 달래기 위해 더 열심히 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때의 부상 이후 몸 상태를 묻자, 김주헌은 "이제는 아주 튼튼하다"며 "운동도 열심히 해서 몸통도, 뼈도 두꺼워졌다"면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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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기를 하지 않을 때 김주헌의 일상은 운동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톰 하디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나이를 먹어도 탄탄한 매력과 남성적인 매력이 나오는 배우이고 싶다"는 김주헌은 종합격투기(MMA)에 빠져 선수들의 태국 전지훈련에도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고 했다. 촬영이나 공연이 없을 땐 "아침에 일어나 철봉운동을 하고, 웨이트를 1시간. PT를 하고, 샌드백을 치고, 그라운드 운동을 하고, 점심 먹고, 또 런닝을 10km 정도 뛴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달라진 건 몸만이 아니다. 7년 전보다 섬세해진 성인지 감수성으로 '카포네 트릴로지' 곳곳에 작지만 중요한 변화도 줬다고 했다. 가령 '루시퍼'에서 닉이 말린에게 손을 올리며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말린이 닉에게 절대 밀리지 않을 정도로 주체적인 여성으로 그려지는 부분이다. 여기에 인간 김주헌의 변화가 더해졌다.

"인간적으로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무례함과 솔직함을 구분하지 못했고, 행동이 정형화될수록 그게 연기에 드러나는 게 아닌지 고민이 된 부분도 있었죠. 예전의 저라면 '관객들이 불편할 수 있다'며 내용이나 행동을 수정해야 한다면 '왜 그래야 해'라고 진지하게 말했겠지만, 이제는 위트있게, 기분 나쁘지 않게 '해보자'고 생각할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더 유연해졌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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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할 때 안 풀리던 것도 무대에 오르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해법을 찾는 게 연극이라고 했다. "연습할 땐 불안했는데, 기적처럼 첫 공연 스타트를 끊었다"는 김주헌은 함께하는 후배 배우 김도빈, 정우연을 거듭 언급하며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다"며 "정말 훌륭한 배우들"이라고 거듭 치켜세웠다.

"함께하는 사람들도, 작품도 너무 좋지 않나요? 영화적인 편집이 느껴지는 연극이니까요. 대본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연출님의 연출도 좋고, 음악도 얼마나 멋있어요. 이게 이 무대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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