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록 (쇼노트 제공)
김신록이 증언을 시작한다. 변호사이자 피해자가 되어 782일을 싸워야 했던 한 여자의 이야기. 8월 27일 개막하는 연극 ‘프리마 파시’의 주인공으로 김신록이 무대에 선다. 110분간 무대를 지배하며 법과 폭력, 침묵과 싸움 사이를 오가게 된다.
‘프리마 파시’(Prima Facie)는 2019년 호주 초연 후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 무대를 거치며 큰 반향을 일으킨 1인극이다. 극작가 수지 밀러는 인권 변호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완성했고 2023년 토니어워즈 여우주연상, 로렌스 올리비에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극계에 강렬한 족적을 남겼다.
극은 성공만을 좇던 야심가 변호사 ‘테사’가 어느 날 성폭력 피해자가 되며 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는 피해자이자 법조인으로서 782일 동안 법 체계와 홀로 싸운다.
김신록이 ‘테사’를 맡았다. ‘지옥’,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영화 ‘전,란’ 등에서 장르를 넘나들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또 하나의 연기적 고지에 오른다.
그와 함께 ‘테사’ 역에는 판소리 예술가 이자람,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캐스팅됐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세 배우가 보여줄 ‘테사’의 결이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한국 초연에는 연극 ‘테베랜드’, ‘엔젤스 인 아메리카’, ‘와이프’ 등을 통해 치밀한 시선과 세밀한 감정 묘사로 주목받아온 신유청 연출이 함께한다. 오직 한 명의 배우만으로 모든 서사를 밀도 있게 끌고 가야 하는 이 작품은 연출과 연기의 밀착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신록과 신유청의 만남은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연극 ‘프리마 파시’는 8월 27일부터 11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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