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에겐 뇌물 같은 부정한 돈이 천사의 유혹일지 모른다. 하지만 집 몇 채 가진 사람까지 마귀로 보는 건 기이하다. 올 초엔 “돈이 마귀라더니…설마 마귀에게 최소한의 양심도 빼앗긴 건 아니겠지요?” 라고 이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엑스·옛 트위터)에 썼다. 집 많으면 모두 투기꾼으로 모는 단순(무식)한 마귀화다.
“이들(다주택자들)로 인한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수백만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보이냐”고 질타도 했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집을 판들, 주거비용이 떨어져 청년들 살 길이 생긴다고 하긴 어렵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가 그 증거다.
● 한성숙이 별장 팔면, 청년 눈물 사라지나
다주택자들이 이런 강남3구 아파트를 일제히 팔면, 집값 때문에 결혼 출산을 포기한 수백만 청년들이 살 수 있겠나? 15억 넘는 강남 오피스텔은? 30년 이상 성실히 일해 성공한 여성 경제인이 주말 별장용으로 마련했을 양평 전원주택을 팔면?
첫날 청문회에서 한성숙은 야당으로부터 “청문회 이틀 앞두고 1주택자가 됐다. 너무 속보이는 행동”, “이 대통령 기준에선 마귀를 벗어났을지 몰라도 국민 기준으론 권력의 마귀”란 소리를 들었다. 물론 그는 “공직자와 민간인에 대한 국민 눈높이는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사과했다(이 대목에서 한성숙은 민관 구분 못하는 이 대통령보다 합리적이다).
● 다주택자 패다 이제와 “닥치고 지어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에겐 용지 복사도 못 시킨다며 배제를 지시했다. 그러나 총리가 부동산정책과정에서 배제될 순 없다(행정각부 통할과 조정이 총리 역할이다). 다주택자를 총리 후보자로 올린 인사검증 라인은 죄송해야 마땅하다. 정부 신뢰,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그들이 추락시켰다. 대통령 뜻에 따라, 또 막강 여당을 믿고 인사검증 따위는 우습게 여겼을 수 있으나, 얼마남지 않았다. 당청 화양연화의 시간도.
● ‘부동산 임대사업자’ 수림을 아십니까

작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때 “혹시 ‘수림’이라고 들어보셨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수림은 제 개인사업자다. 부동산임대사업자”라며 ‘종합소득세 때문에’ 만들었다는 취지로 한성숙은 답했다. 2020년 전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의 인접 건물 두 채를 사들이면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했고, 이 업체를 통해 동생들에게 임대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말 문재인 정권은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면 지방세, 임대소득세, 종합부동산세 감면 등을 해주는 다주택자 우대정책을 내놨다. 그래서 한성숙도 회사까지 차려 감세 혜택을 봤을 터다. 그래놓고 장관이 돼선 동생 임대건물의 불법 증축을 1년이나 방치한 것은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허언에 농지 불법전용, 개인정보 해킹 사고까지

민간기업 네이버에선 문제가 생기면, 그래도 책임을 묻는다(한성숙도 직장괴롭힘 문제에 책임을 지고 2021년 네이버 대표에서 물러났었다). 그러나 혈세로 봉급받는 공직에선 책임지는 모습과 거리가 멀다. 청문회만 넘기면 된다는, 그따위로 자세로 공직에 임했으니 ‘모두의 창업’ 개인정보 해킹 사고까지 벌어졌던 거다.
한성숙의 불법 농지 전용 문제도 심각하다. 양평 전원주택으로 사들인 땅엔 농지가 절반이 넘는다. ‘자경’ 계획이라고 영농계획서를 낸 한성숙이 농사를 지었을 리 없다. 이 대통령은 2월 “농사 짓겠다고 땅 사서 가짜로 심고 방치하면 강제 매각 명령으로 팔아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안 팔고 버티다 청문회 이틀 전에야 마무리했다. 이쯤 되면 공직윤리는 물론 인간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공직경험 1년 한성숙이 일국의 총리감인가
총리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대통령 권한대행을 해야 할 사람이다. 그래서 역대 총리는 대체로 전방위적 지적 능력과 국정 경험을 지닌 인물이 선택돼 왔다(전일욱 2015년 논문 ‘역대 국무총리 개인적 특성에 관한 연구’).
우리 헌법에서 총리는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한 것도 괜히 심심해서가 아니다(지금같은 의회독재 아래선 청문회야 아무래도 상관없겠지만). 제왕적 대통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 신임을 바탕으로 대통령 권한을 일부라도 견제하라는 깊은 의미가 있다(박성태 2022년 논문 ‘한국의 국무총리에 관한 연구’). 한성숙에게 과연 그런 능력과 자질이 있는가.
● 대통령 유고상황 벌어지면, 감당할 수 있겠나
한성숙 자신도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성실하고 똑똑하다는 건 인정한다(맹글도토리같은 인상만 봐도 알겠다). 그러나 ‘일만 하는 총리’(이 앞에는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가 빠져있다고 본다)가 지금 우리시대 필요한 총리라고 할 수 있는가. 만일 ‘대선주자 더는 안 키운다’가 이 대통령 뜻이었다면, 축하드린다. 성공하셨다.

김순덕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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