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하, 10년 만에 웨스트엔드…개량한복·시조랩·갓으로 전하는 K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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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03 10:28 수정2025.08.03 10:28

김수하 배우,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김수하 배우,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배우 김수하는 2015년 한국 여배우 최초로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여주인공 '킴'의 커버(대체 배우)로 출연해 당당하게 메인 캐스팅을 차지했다. 영국 공연계 거물인 캐머런 매킨토시가 그의 스타성을 알아봤고 직접 캐스팅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가 오는 9월 8일(현지시간), 10년 만에 영국 웨스트엔드 무대에 다시 선다. 이번에는 영국 뮤지컬이 아닌 한국 창작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주인공 ‘진’ 역으로다.

K-창작 뮤지컬 주인공으로, 자신이 데뷔했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는 기분이 어떨까.

"개량한복에 갓을 쓰고, 시조를 랩처럼 부릅니다. 이번엔 정말 한국적인 무대로 갑니다. 마음에 태극기를 두르고 무대에 선다는 각오예요."

김수하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오르는 무대는 런던 웨스트엔드 중심부의 질리언 린 극장.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핵심 장면을 100분 분량 콘서트 형식으로 압축해 선보인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은 2019년 초연 이후 4번째 시즌을 맞은 K-창작 뮤지컬이다. 시조가 금지된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백성들이 시조와 춤으로 자유와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국악기, 밴드,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지는 음악적 스펙트럼과, 탈춤에서 영감을 받은 안무를 K팝 감성으로 재해석한 무대 연출로 독보적인 개성을 인정받았다.

김수하는 이 작품의 초연에서 주인공 '진'을 맡아 2020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여우상, 이후 두 차례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뮤지컬계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김수하 배우,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김수하 배우, 사진제공=PL엔터테인먼트

이번 공연은 K-뮤지컬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시범 무대다. 그는 "솔직히 욕심이 생긴다. 배우들이 무대를 꽉 채워, 에너지와 열정을 최대로 전달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수하는 이에 대해 "이번 공연은 케데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전통과 현대를 섞은 한국 고유의 감각을 보여줄 무대"라고 강조했다.

'스웨그에이지' 역시 한국의 시조·판소리·힙합·K팝 안무가 어우러졌다. “양반이고 싶은 사람 손들어, 너도 나도 즐기세 양반놀음, 후레자식 다함께 오늘도 양반걸음!” 같은 가사로 전통 리듬과 현대적 언어를 유쾌하게 엮는다.

“시조를 힙합처럼 랩으로 풀어 부릅니다. 운율과 리듬이 살아 있는 말이기 때문에, 영어 번역 없이 한국어로 직접 낭독하기로 결정했어요. 현지 관객들에게 오리지널 감성을 전하는 게 더 진짜니까요.”

이번 공연은 무대 세트를 옮기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획된 콘서트 형식 특별 무대다. 하지만 김수하는 "안무·노래·동선 모두 기존 공연 그대로"라며 퀄리티에는 타협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트가 없어도 밀도는 결코 떨어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김수하와 함께 '단' 역의 양희준, '홍국' 역의 임현수를 포함한 총 15명의 배우가 함께한다.

김수하는 10년 전 웨스트엔드 데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땐 영국 친구들이 한국 하면 '강남스타일'밖에 몰랐어요. 지금은 친구들이 먼저 좋아하는 K드라마, K팝 가수를 얘기해요. 정말 달라졌어요. 이제는 우리가 먼저 우리의 문화로 말을 걸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올해 초 그는 뮤지컬 '일 테노레' 로 4년 만에 다시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지금도 믿기지 않아요. 저는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좋은 작품, 좋은 동료, 좋은 제작사를 만난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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